표절시비에 이어 논문의 중복게재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당사자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해명하면서도 중복게재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부총리의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것이 BK21 사업관련 실적이라는 점을 들어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단순한 실적 부풀리기나 고질적인 학계의 관행을 넘어선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중심이나 고급 인력양성을 내세운 BK사업의 목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수 조원을 들였던 BK사업에 대해 그 결과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교육부의 책임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건의 당사자가 돼버린 부총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김 부총리로 부터 문제가 된 논문중복게재나 짜깁기 그리고 표절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다른 학술지에 게재된 사례도 있었다. 정부 연구비를 받고 옛글을 적당히 가감한 논문이 그대로 게재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가장 큰 원인은 업적지상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대학가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다시 말해 대학과 교육부 그리고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이 논문평가의 잣대로 삼고 있는 등재지(등재후보지)기준에 원인이 있다. 가령 같은 수준의 논문이 교내 논문집에 실리면 연구업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학진 등재지에 실리면 연구업적이 되는 형식주의가 중복게재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의 논문이 아닌 자기 논문을 다시 베끼는 자기표절이나 짜깁기를 통제하지 않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학계의 자정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즉 ‘다른 곳에 출판되지 않는 논문’이라든가 ‘미발표 논문’이라는 기준을 학회가 판단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재량판단의 범주가 커서이다. 하지만 교수의 존재이유와 학문적 성과를 의심케 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논문의 양이 아니라 질을 강화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향후 김 부총리의 거취판단과는 별도로 일부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학자적 양심과 지성의 권위를 지켜야할 교수들의 양심실종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