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 의회'라는 원죄를 씻기 위해 5대 의회 공식 임기를 헌혈봉사로 시작했던 인천 부평구의회(경인일보 7월 5일자 15면보도)가 의장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다.
지난 12일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 권상철(62·부개1·2동, 일신동) 의장에게 한표차로 낙선한 같은 당 소속 이언기(63·부평1·4·5동) 의원이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구의회를 상대로 의장선출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5대 의회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부평구의회 역사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이번 소송은 이른바 `필체 소송'.
자신이 원하는 후보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기입해 다득표자를 의장으로 선출하는 이른바 `교황 선출방식' 과정에서 권상철 의장의 이름을 정자체가 아닌 흘림체로 쓰는 바람에 시비가 일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권상철'이 아니라 `찬상헐'로도 읽힐 수 있는 표를 과연 유효로 처리한게 타당한 지가 핵심 쟁점이다.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는 문제의 표를 기입한 A의원이 `무효표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흘려쓴 것이다'는 공증까지 받은 진술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무효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사무국 측은 당시 무효를 주장했던 감표위원의 이의제기에 대해 임시의장이 유효표 임을 인정했고, 무효를 주장했던 감표위원도 투표결과에 서명을 한 만큼 뒤늦게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이자 소속 정당의 당론을 깨고 의장에 당선되면서 불씨를 제공한 권상철 의장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11명과 열린우리당 7명 그리고 민주노동당 1명 등으로 구성된 부평구의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대표가 물밑협상을 통해 원구성 합의안을 이끌어 냈는데 권의장의 욕심(?)이 판을 깼다는 주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초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의장을, 열린우리당이 부의장을 맡기로 했던 여·야 합의가 권 의장 때문에 파기되면서 부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한나라당이 독식하는 파행(?)을 초래했다는게 권 의장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다.
하지만 권 의장은 당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의장에 선출하기 위해 심각한 불공정 행위가 저질러졌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되받아치고 있다.
권 의장은 “참관인도 없이 개표를 한 뒤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 당론을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횡포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필체 소송' 못지않게 당론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지역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볼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