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열린우리당 내 실용주의파와 개혁파간 노선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노선 갈등의 `뇌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최근 기간당원의 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하겠다는 방침 아래 기간당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명칭도 아예 기초당원으로 변경키로 했다. 이 같은 비대위의 방침이 알려지자 당내 개혁당파 출신들이 주축이 된 참여정치실천연구회(이하 참정연)는 “밀실토론의 결과를 당원들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참정연이 이처럼 격앙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비대위의 기간당원제 개선안이 사실상 기간당원제를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정연은 당내 소수파이지만, 한 때 전국의 기간당원 가운데 20%가 참정연 소속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기간당원 사이에서는 탄탄한 세력을 구축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만약 비대위의 기간당원제 개선안이 현실화될 경우엔 개혁파 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대폭 약화되고, 아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참정연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참정연은 향후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기간당원제 사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비대위의 기간당원제 개선안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기간당원제와 함께 최근 김근태 의장이 의욕적으로 제안한 `뉴딜론'도 개혁파와 실용파의 갈등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뉴딜론은 재계가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경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새로운 경영권보호장치 도입,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친(親) 기업적인 정책에 나서겠다는 것.

이에 대해 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재벌체제를 영구화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 의장이 수장으로 있는 재야파 내에서도 “김 의장이 재계출신인 이계안 비서실장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어 당내 계파구도를 넘어서는 노선투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9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민감한 정책현안들이 당내 노선갈등을 촉발할 `지뢰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