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국립산림과학원이 나무(가로수)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나무의 공익적 기능을 계량화한 이 자료에는 은행·느티나무와 함께 인천지역 대표 가로수인 버즘나무(플라타너스) 잎 1㎡가 664㎉ 대기열을 제거해 에어컨 8대(15평형)를 5시간 가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 여름 가로수가 식재된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 보다 기온이 평균 3~7℃나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겨울철 가로수는 오히려 방사 냉각 현상에 의해 기온 저하를 완화했다. 또 느티나무 한 그루는 산소를 연간 1.8t이나 방출했고, 이산화탄소를 2.5t 흡수했다. 이같은 방출은 성인 7명이 필요한 산소양이다.
그 뿐만 아니다. 가로수는 주요 공해 물질인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 분진 등을 흡수(흡착)해 대기를 정화했고, 도로 양쪽에 침엽 수림대를, 중앙 분리대에 키가 큰 침엽수를 각각 배치할 경우 도로에서 발생하는 차량 소음을 80%나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들은 나무의 공익적 기능을 짐작하면서도 나무가 얼만큼 중요한가를 아직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도심 녹화사업을 시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인천은 나무, 녹화에 관한한 당당하다. 푸른 쉼터(공원)조성과 시가지 나무 식재, 방음벽 조성, 학교 주변 녹지화, 양묘 사업 등을 내실있게 추진해 왔다. 300만그루 나무심기 운동과 희망의 숲으로 대표되는 `푸른 인천' 만들기 사업은 이제 인천시정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강화·옹진군의 인천시 편입과 함께 우리 주변에는 뒷산(임야)으로 표현되는 크고 작은 도심 숲이 있지만 공원 조성이나 가로수 보호에 비해 관리,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척에서 인천항과 함께 성장(생육)해 온 월미산 해송이 최근 가지가 말라 죽어가는 `수목가지 마름병'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부 해송은 잎이 적갈색으로 변한 채 고사하고 있다. 인천에서 보기 쉽지 않은 아름드리 나무들이다. 인천의 진산 문학산과 청량산은 어떤가?
잘 닦여진 등산로를 따라 수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심신을 단련하고 있지만 그 산 한편에선 터널공사등 개발과 일부 주민들의 무단 경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집중 호우뒤에는 이들 산의 물길이 변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철마산 지류 만월산은 풀과 잡목이 우거져 소나무·참나무 등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다.
가지치기나 솎아내기, 비료주기 등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카시·오리나무 등 일부 나무는 병충해로 가을이 되기전에 벌써 누런 잎으로 변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강화·옹진군의 나무가 빽빽한 숲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푸르름'만 있을 뿐 재화적 가치는 없어 수종갱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64%가 산림(숲)인 상황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 자체가 환경보호의 시작이자 끝이다. 물론 도심 숲의 관리 주체가 민간이나 중앙·지방정부로 나눠져 있어 철저한 관리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도심 숲을 철저히 관리할 경우 그 효과는 수십개의 공원 추가 조성이나 가로수 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가로수가 시민들에게 산소통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도심 숲은 산소공장과도 같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가로수 보호나 공원관리와 함께 도심 숲에 더 큰 관심을 가질때 푸른 도시 인천은 빛날 것이다. 차제에 인천시도 남은 자투리 땅에 나무를 심기 보다는 나무를 심을 공간부터 확보하는 적극적인 도심 녹화정책을 펴는 것이 어떨까. 푸른 숲과 함께 하는 인천은 분명 고품격 도시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속에서 나무의 소중함과 도심 숲의 공익적 기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은 다같이 못생기고 볼품 없는 도심 숲을 가꿀때다.
/안 영 환(인천본사 사회·문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