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수원시청과 권선구 평동 D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 2003년 6월 애경백화점으로 통하는 고가도로인 과선교를 건설한뒤 `선진국형 구민 체육활성화'의 일환으로 6천4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로 아래 공터에 풋살(미니 축구)경기장 등 6종의 체육시설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에 시민휴식을 위한 10여개의 벤치와 대청 마루 네 개가 생기면서 노숙자들이 몰려들더니 일부는 살림살이까지 챙겨 이곳에 상주하기 시작했다.
인근 D아파트에 사는 신모(15)양은 “얼마전에 밤 9시쯤 집에 가는데 어떤 노숙인이 따라와서 너무 무서웠다”며 “그 뒤론 가끔 엄마가 데리러 나오시곤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여름철이 되자 일부 노숙인들이 드러내놓고 고스톱 등 도박을 하고 수돗가에서 알몸으로 목욕을 할뿐만 아니라 도로 바깥쪽에서 개를 죽여 요리해 먹는 장면까지 목격되면서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이곳을 지나던 일부 여성들이 노숙자에게 납치당할 뻔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행정기관들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며 관리 책임을 미루는 통에 단속의 손길이 닿지않고 있다.
그러나 시청 녹지공원과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공원과는 달리 `체육시설'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도로 인근 녹지의 경우 구청 녹지담당이 맡고 풋살장 등 체육시설은 진흥담당이 따로 담당하고 있다. 또 노숙자 관리는 주민생활지원과, 인근 화장실 관리는 구청 환경위생과로 나눠져 있어 총괄관리하는 부서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노숙자 김정만(57·가명)씨는 “어쩌다 한번씩 공무원들이 왔다가지만 이렇게 살고 있어도 별말 안한다”고 말했다.
D아파트 주민자치회 정모(58)고문은 “주민을 위해 만든 공원에 주민이 없다는 건 그만큼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취사행위 단속 등 아무런 관리조치가 없어 주민들과 시청과 구청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선구청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번씩 순찰을 돌면서 시설 유지보수를 한다”면서도 “업무가 여러 부서와 겹쳐있다보니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