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퇴임하는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의 후임에 전효숙(사시 17회) 헌법재판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16일 후임 헌법재판소장 내정자로 전 재판관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임 재판관 내정자를 16일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전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하고,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1988년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이래 첫 여성 소장이 탄생하게 된다. 국회와 대법원도 빠르면 같은 날 퇴임하는 국회·대법원몫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자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재판관은 이대 법대를 졸업, 서울가정법원 판사, 서울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형사부장를 거쳐 지난 2003년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발탁됐었다. 전 재판관은 지난 2004년 신행정수도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서 9명의 재판관중 유일하게 합헌 의견을 낸 적이 있어 한나라당의 `코드인사' 정치쟁점화로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관련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전 재판관의 개혁성과 헌정 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탄생 가능성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인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전 재판관이 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란 점 등을 들어 `또다시 코드인사'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우리당·민노당 `긍정적'=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여권(女權) 신장과 양성 평등 측면에서 여성 총리에 이어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탄생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현직에서 재판관을 수행해온 분인 만큼 업무 연속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코드인사 논란과 관련,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라고 해서 코드인사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차분하고 소외층을 위한 판결을 많이 내린 전 재판관의 소장 내정은 참여정부의 방향에도 맞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환영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명숙 여성 총리 탄생에 이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될 것이며 무더위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같은 인사”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논평에서 “전 재판관이 그간 보여준 개혁성으로 비춰봤을 때 헌재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서 “첫 여성 헌법재판소장 임명 또한 한국 사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번 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민주당 `부정적'=한나라당 황우여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는 훌륭한 분이지만, 국가 전체의 헌법적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라며 “헌재소장도 코드인사를 한다면 노 대통령 최대의 실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사시동기들이 이미 검찰총장·대법관·헌재재판관 등에 포진하고 있는데 또 다른 동기가 헌재소장에 임명되면 코드인사가 되지 않겠느냐”며 “전 재판관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지지하는 등 진보적 판결 성향을 보였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헌재소장으로서는 미흡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헌재소장은 연륜과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며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하는 만큼 코드에 맞는 인사를 내정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