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탈세 및 건강보험료 미납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낙하산인사시비는 차치하고라도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의혹으로 중도하차한지 불과 한 달도 안되어 또다시 유사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초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비롯,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국기인권위원장, 강동석 건교부장관 등이 도덕적 흠결로 줄줄이 낙마한 직후 청와대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회의를 설치하는 등 선진화된 검증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럼에도 이런 일들이 왜 빈발하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더욱 경악스런 것은 청와대의 비호발언이다.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재용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건강보험료 및 소득세 탈루사실을 사전에 미리 알았지만 액수가 미미해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털어서 약간이라도 먼지 안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회지도층이 여전히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도 국민들은 선진국 수준의 도덕적 무장을 요구하는 등 문화지체현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어떤 자리인가.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까지 안낸 사람을 해당기관의 수장(首長)에 앉힌다면 어느 누가 자발적으로 세금이나 보험료를 내려고 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건보공단은 보험료가 제때 징수되지 않는 등 누적되는 적자로 매년 3조6천여억원의 세금을 쏟아 붙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인사를 환경부 장관에 임용하고도 모자라 이번에는 건보공단 이사장에까지 임명했으니 야당이 “소도둑만 도둑이고 바늘도둑은 도둑이 아니냐”며 목청을 높이는 것이다. 오죽 했으면 대통령 비서관 출신의 열린우리당김현미 의원마저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맹공을 퍼부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인의 제일 큰 덕목은 도덕성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현정부의 코드에 부합하는 사람이라 해도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자를 인선하는 것은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정부가 계속 이런 식으로 인사를 강행한다면 국민과의 상생은 공염불이다. 그리고 지금이 어느 때인가. 경제는 활기를 잃어가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점차 불안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이재용 건보공단 이사장은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