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대국민 공개사과를 한데 이어, 여당의 김근태 의장도 의원총회 석상에서 공식 사과했다. 여기에 파문의 핵심 당사자 격이면서 한동안 두문불출해온 문화관광부 장관 출신의 정동채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실을 찾아 “국민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당직을 사퇴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뺀 당·정 수뇌부와 핵심 당사자가 일제히 보조를 맞춰 `릴레이 사과'를 한 셈이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무엇보다도 이번 파문에 따른 민심 이반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상황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여권실세 연루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여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여권 실세 또는 친·인척 연루 사실이 없다는 쪽에 대응의 초점을 맞춰온 여권은 정부의 정책적 오류에 대해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가는 자성의 태도를 보이는 쪽으로 스탠스를 바꿨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요인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수세국면을 반전시키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대두되고 있다.
야당의 정치공세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정기국회 초반부터 기선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여권은 8월 임시국회 종료일에 맞춰 당·정 수뇌부가 일제히 사과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이번 파문에 따른 여권 전체의 부담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릴레이 사과로서 정부 책임론이 일단락 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28일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 총리의 사과와 관련 “청와대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 총리의 사과로 끝매듭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이번 파문의 진상이 밝혀지면 그때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결과가 대통령의 사과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로선 이번 사태의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먼저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과 `바다이야기`가 연관이 없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고, 노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씨는 물론 명계남, 또는 여당실세의 연관설이 제기되는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청와대는 레임덕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점이 검찰수사등을 통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