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직장, 같은 방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몽골인 친구는 결국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 하게 됐다.
2004년 10월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몽골인 미르겐(30)과 쟈갈(39). 함께 입국하면서 남다른 동포애를 느끼게 된 두 사람은 이후 같은 직장을 다니며 늘 서로를 챙겨줬다. 올해 초 화성시 안녕동의 한 전자부품업체에 취직한 뒤에도 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향수를 달랬다. 지난 7월부터는 퇴근후 낚시터가 있는 회사 인근 저수지에서 함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24시간중 단 한시간도 떨어지지 않는 각별한 사이였다.
이들이 일한 전자부품업체 관계자는 “미르겐과 쟈갈은 정말 성실하고 착했을뿐 아니라 서로를 끔찍이도 아껴줬다”며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몽골에 두고온 부인과 자녀 얘기를 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9시께. 미르겐과 쟈갈은 여느때처럼 동네 슈퍼에서 소주를 나눠먹고 저수지로 향했다. 쟈갈이 막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던 순간 소변을 본다던 미르겐이 발을 헛디디면서 저수지로 빠졌고 쟈갈도 앞뒤 가릴 것 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3m 가까이 되는 수심에 허덕이다 둘 다 기력을 잃었다.
이튿날 낮 10시께 미르겐이 숨진 채 저수지 물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3시간여 뒤 쟈갈의 시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낚시터 주인은 “처음에 미르겐만 발견돼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했는데 쟈갈의 시신을 보고서야 정황이 추정됐다”며 “추운 지방에서 와서 술을 좋아했지만 유난히 성실했던 친구들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리안 드림을 함께 꿈꿔온 미르겐과 쟈갈의 시신은 빈소도 차려지지 못한 채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고 주인 잃은 방에는 가족들의 사진만 쓸쓸하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쟈갈의 친형도 한국에서 일하다 1년전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으로 끝난 '코리안드림'
입력 2006-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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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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