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주민문화가 갈수록 삭막해져간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10~20년전 아파트 문화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지긴 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아파트속에서 또다른 형태의 `이웃사촌'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천편일률적인 주거형태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 커가고 있는 바로 이웃사촌들의 모임을 찾아봤다.

 

 ●마을잔치같은 반상회=야외에서 촛불을 켜고 반상회를 한다면? 단지내 중앙광장에서 음악을 들으며 반상회를 한다면? 반상회에서 책도 빌리고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한다면?
 의례적으로 해온 반상회에 대한 새로운 시도, 이런한 생각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있다.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2동 진산마을 삼성5차아파트. 1천800여 세대가 사는 큰 단지는 5개 통으로 나눠져 있고 반은 61개이다.

 통장대표 김정희(50·여)씨는 “지난 2001년 처음 입주후 세대수가 많다보니 주민들간의 크고 작은 요구사항과 건의사항이 많았다”며 “처음에는 의견통로 역할을 위해 반상회를 활성화 했는데 지금은 주민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매주 셋째주 토요일 오후 1시에 단지 내 중앙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주 고객층은 어린이.

 늘어난 맞벌이부부들을 위해 낮시간 배송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보관센터를 단지내 중앙관리센터에 설치한 것도 반상회를 통해서다.
 또 중앙관리센터에 위치한 도서대여소는 3천여권의 양서를 비치한채 1년내내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기능을 하고 있다. 연 3회 실시하는 경로잔치와 효도관광도 반상회가 섭외에서부터 음식마련, 안내까지 책임지고 있다.

 보통 한달에 한번 개최되는 반상회를 통해 접수된 60여개의 반상회 회의자료는 중앙센터에서 수집, 보관된다. 이를 토대로 통장단, 새마을회, 아파트관리소장 등이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반상회는 효율적인 의사 전달 및 정보공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새로운 모습의 반상회는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고 많은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아파트 공동체문화에 진정한 주인의식과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씨는 “요즘 다른 아파트 주민들간의 크고 작은 싸움이 자주 발생한다는 소리를 접하게 된다”며 “층간 소음 문제같은 걸로 문제가 생길때 바로 찾아가 따지기보다 반상회에서 이야기하면 훨씬 원만하고 조용히 해결되고 그 후부터는 서로가 더욱 조심하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동호회로 하나된 이웃=230여세대가 입주한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죽현마을 GS자이 아파트. 이 곳에는 합창단, 요가, 선경읽기, 바둑, 골프, 산악회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으로 이웃사촌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곳은 30여명의 주민들로 구성된 `자이합창단'.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단지 내 커뮤니티 룸에서는 자이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서' 이웃끼리 모임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연 2회정도 용인시청 대강당에서 발표회를 가질 정도의 프로급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합창단장 김명희(68·여)씨는 “아파트의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 `합창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합창=하모니, 우리는 기쁠때도 슬플때도 노래를 부르는데 아름다운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개인이 행복해지고 가정이 행복해지고 마을이 행복해지고 나아가 나라전체가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합창단 활동이 있는 날이면 회원 각자가 직접 만들어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는다. 또한 한 달에 한번 가족들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갖는다. 지휘는 소프라노 이선주(48·여)교수 맡는데 이 교수 역시 이 마을 주민이며 무료 봉사이다.

 주민 신재남(59)씨는 “저녁 단지내 산책로를 거닐때면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을 수 있는데 그 때마다 한참을 서서 감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보니따까사(스페인어로 아름다운 집)'동호회.

 집가꾸기 동호회인 `보니따까사'는 지난 2002년도 부터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3년째 활동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주로 인터넷 미니홈피 등 온라인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다 회원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오프라인으로 활동무대를 옮긴다.

 새로 이사오면서 인테리어때문에 고민을 하던 사람들은 보니따까사 회원들의 도움으로 큰 짐을 덜곤 한다.
 회장 이창희(40·여)씨는 “단순히 집가꾸기의 정보교류를 넘어 서로 바쁜일도 챙겨주고 어려운 일도 도와주면서 동호회원 이상의 정을 느끼고 있다”며 “동호회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집값도 2천만~3천만원 올랐다”고 귀띔했다.


 ●사랑의 십시일반(十匙一飯)=부평구 삼산동 주공 삼산4단지 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등 주민단체를 중심으로 주공, 주거복지연대와 함께 지난 2005년 12월 `엄마 손 밥상'을 꾸려 올해 7월 26일 문을 열었다. 이는 수원과 부천에 이어 전국서 3번째다.
 엄마 손 밥상은 방학 중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점심식사를 해결해주고 아파트 단지 안 이웃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여름에는 맞벌이 부부 자녀 및 결식아동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단지탐방 등 교육문화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앞으로 단지축제와 주거문화특강, 여름방학캠프 등 행사도 마련 할 계획이다.
 주공 관계자는 “나날이 폐쇄적 공간으로 변하는 아파트가 이웃간 정이 넘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며 “지난 해 겨울방학 때 시범운영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어 올 여름에도 행사를 하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