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운기를 몰아도 수도권?
'양평 16.9%, 가평 21.8%, 여주 38.7%'.
경기도내 대표적인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한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가 57%인 점에 비하면 `수도권'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인구밀도로 보더라도 양평 98명/㎢, 가평 66명/㎢, 여주 173명/㎢로 전국평균 489명에 훨씬 못미친다. 특히 일부지역은 인구도 급격히 줄어 가평은 80년 9만3천명에서 2004년 5만5천명으로 급감했다.
이 정도면 경운기 소리 정겨운 흔한 시골풍경을 상상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수도권'이다.
◇잇따르는 투자 좌절=이천시 반도체 생산업체 H사는 13조5천억원을 투자해 공장 3개동을 증설하려 했으나 자연보전권역내 대기업 증설을 1천㎡로 제한하는 산집법상의 규제로 투자를 포기했다.
인근에 위치한 전자통신장비 회사인 또다른 H사도 역시 수정법 및 산집법 규제에 걸려 투자를 접었다. 이 회사는 사용하지 않는 공장 기숙사를 제조시설로 용도변경하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투자를 포기하고 외국으로 발길을 돌린 사례도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 A사는 자동차 부품 중 노이즈와 떨림, 방음장치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로 이 분야에서 국내시장 90%를 점유할 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5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는 한편 일본에 있는 R&D센터 이전을 추진했으나 자연보전권역의 입지규제에 막혀 계획을 백지화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복규제 피할 틈이 없다=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은 이천, 남양주(일부), 용인(일부), 가평, 양평, 여주, 광주, 안성(일부) 8개 시군이 해당된다. 자연보전권역의 주 목적은 팔당수질보전임에도 불구하고 수계에 의한 권역지정이 아닌 행정구역에 의한 획일적 지정으로 희생된 대표적 지역이다.
비단 수정법과 산집법에 의한 규제 뿐만이 아니다. 자연보전권역 전체 면적의 54.7%가 팔당상수원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또 군사시설보호법, 환경정책기본법, 수도법 등 중복규제는 최대 8개에 이른다.
자연보전권역인 경기도지역과 생활권 및 정주환경이 비슷한 타시도 인접지역을 비교하면 수도권 규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여주군은 최근 5년간 인구가 388명 감소한 반면 원주시는 1만4천858명이 늘었다. 생산시설 측면에서도 여주군 강천면의 공장등록수가 15개에 불과한 반면 바로 옆동네인 원주시 문막읍에는 109개가 몰려있다.
최근 경기도와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는 8개 시군이 오염총량관리제 시행지역을 정비발전지구 지정대상에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인구과밀과 상관도 없고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후지역까지 수도권규제로 묶는 것은 모순”이라며 “자연보전권역은 수질보호라는 지정목적에 부합하도록 구역을 축소하고 그 이외 지역은 성장관리권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