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전세 매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젠 닥치는대로 거래합니다. 오죽하면 `모텔전문'이라고 구체적으로 물건을 제시해 명함에 새겼다가 이를 지웠겠습니까.”

지난 97년 개점한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다는 수원 L부동산중개소 대표 김모(49)씨는 몇달째 이렇다할 실적 한건 올려보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라며 한숨을 쏟아냈다.

올초까지 성남 판교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했던 또 다른 김모(43)씨는 한달 300만원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사무실 문을 닫았다. 김씨는 “몇년전만해도 한달 1~2건씩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켜 임대료 걱정은 모르고 살았는데 지난해말부터 거래가 끊겨 아예 사업을 접었다”고 하소연했다.

한때 퇴직자 및 예비창업자들의 인기 직종으로 꼽히던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중개시장의 수익성 악화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강화로 인해 거래건수는 급감했는데도 중개업소는 오히려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도내 공인중개사는 지난 7월말 현재 2만3천265명으로, 지난해 7월말 2만2천133명보다 1천132명이 늘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영업난이 심화되면서 관련 협회의 고민도 늘어나고 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협회 회원은 크게 늘지않는 상황인데 최근 회비 환급을 요구하는 사례는 늘어나 고민”이라며 “워낙 중개시장 경기가 좋지않다보니 종사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공인중개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다음달 29일 시행예정인 제17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지난해보다 3%정도 감소한 14만7천명이 응시 신청서를 냈다. 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는 지난 2002년 26만6천명을 정점으로 2003년 26만1천명, 2004년 23만9천명, 2005년 15만2천명 등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