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한-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선언에 이어 30일 한-아세안 FTA의 공식 개시를 선포, 한국과 동남아의 경제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15주년을 맞아 이날 채택된 '한-아세안 포괄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공동선언'은 경제 뿐 아니라 정치안보·사회복지·관광·환경 등 다방면의 협력과제를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한-싱가포르간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외에 내년초 한-아세안간 FTA 협상 개시라는 가시적 성과가 도출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개방형 통상국가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도 전날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측 기자들에게 세계경제의 개방화 확대 대세에 맞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개방전략을 추구하기 위한 경제정책 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싱가포르에 이어 아세안과의 FTA 추진은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10개국들간의 경제통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대외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한국과 아세안 사이에 서비스 분야가 포함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적으로 146억 달러가, 장기적으로는 182억 달러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1인당 GDP가 단기적으로 319달러, 장기적으로는 370달러 늘어나는 효과를 의미한다.

북핵문제에 대한 아세안 정상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낸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노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아세안이 일관되게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시했고 아세안 정상들은 한국의 평화번영정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정상과의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북한측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결단도 촉구함으로써 최근 칠레에서 열린 한미, 한일 정상회담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추동력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 아세안 각국의 개발격차가 크고 역사적 배경과 경제적 수준이 다르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EU처럼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원대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중일 3국간에도 과거사 문제, 영토분쟁, 군사력 경쟁 등으로 갈등이 적지 않고, 아세안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과연 동아시아에 자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공동시장이 출현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지도 의문이다.

어찌됐건 내년부터 아세안+3 정상회의와 함께 동아시아정상회의, 동북아 3국(한중일) 정상회의가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높게 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통합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