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다가오는데 막상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고, 세금이며 각종 요금은 줄줄이 오르고…. 도대체 요즘은 무엇하나 즐거운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면 지친 일상에 재미를 주는 양념같은 제품이며 상점, 서비스들을 쉽게 만날수 있다.
 최근 마케팅시장에 `웃음'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개그맨이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웃겨야 성공한다'는 책제목처럼 웃음과 재미를 함께 제공해 성공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최근엔 `펀(fun)마케팅'이라 해 기업 및 서비스업체들이 매출확대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타이티(TIETEA)'.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도 이 상점앞을 지나가노라면 걸음이 느려진다. 바로 상점 앞에 세워놓은 칠판 때문이다. 이 칠판에는 매일 새로운 내용의 짤막한 문구가 써 있는데 유머스러운 내용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극한다. 이달초 큰 반향(?)을 일으켰던 문구하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할 가수 비를 4글자로 줄이면?' 정답은 LA갈비란다. 사장 손승우(30)씨는 신축건물에 입점한지라 우선 커피숍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수단으로 `재미'를 택했다고 한다. 타이티의 인기메뉴인 `살인미수가루'는 여름 계절메뉴로 일반 미숫가루에 단지 `살인미수'가루라는 제목만 붙였을 뿐인데 효자메뉴로 자리했다. 그가 올 가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메뉴는 `더덕넘'. 얼핏 `도둑놈'이라고 잘못 알아듣게 되는 이 메뉴는 울릉도산 더덕가루에 우유를 탄 음료로 또하나의 대박이 기대된다고 손 사장은 말한다.

메뉴는 물론 매장분위기까지 온통 재미로 가득한 곳도 있다. 경기가 불황이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되는 곳중 하나가 외식업체라지만 이곳은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집객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있는 `짱 죽이는 육해공군(sealsfood.co.kr)'이 그곳이다. 우선 메뉴부터 살펴보면 점심메뉴는 육군(돼지김치두루치기)·해군(해물김치두루치기)·공군(유황오리김치두루치기)으로 각각 구성된다. 다이아몬드식탁(삼겹살+갈비맛삼겹+고추장삼겹),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갈비맛주물럭+돼지갈비+쪽갈비), 별들의전쟁식탁(갈비맛삼겹+돼지갈비+유황오리+꿀꿀이해물모듬), 나만첩보원이야식탁(무뼈닭발+유황오리) 등 독특한 명칭의 스페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를 더하는 것은 얼핏 군대내무반을 연상시키는 매장 분위기. 군복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종업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남성들에게는 옛 군대생활의 추억을, 여성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종업원들의 복장에는 계급장과 이름표가 부착돼 있고 손님들은 장난삼아 부하에게 명령내리듯 주문한다. 주문을 받은 종업원은 거수경례로 이에 답하고 이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에서도 펀마케팅은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늘씬한 세일' `방학동안 키 컸어?' `패션광복절' 등의 재미있고 톡톡튀는 기획전 문구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유머러스한 이미지의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콘셉트의 광고, 스타숍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최근 인터파크는 자사상품권 모델로 개성있는 캐릭터와 외모를 가진 영화배우 봉태규를 기용해 코믹한 콘셉트의 광고를 선보였다. 인터파크는 초기 차태현, 정준호, 현빈 등 톱스타를 기용했으나 이번엔 콘셉트를 완전 바꿔 소비자들에게 친밀한 느낌으로 어필하고 있다.

G마켓은 최근 남성그룹인 캔(CAN)의 `야식 스타브랜드숍'을 오픈했다. 일반 스타들이 인터넷상에서 의류, 액세서리 등 패션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육포, 팥빙수, 강냉이 등을 판매하는 캔의 스타브랜드숍은 독특한 재미로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개미몰 구운 계란 30개'(4천300원)가 인기인데 주간 평균 판매량이 1천여개에 달하고 있다.

펀마케팅은 제과시장에선 이미 단골 아이템이다. 요즘엔 장명(長名) 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초 해태제과는 제품명이 24자나 되는 스낵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를 출시했다. 음료의 경우 서술식 브랜드네임 열풍의 시초가 된 롯데칠성의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에 이어 `생과일을 갈아넣어 부드럽게 마시는 맛있는 스무디'(풀무원), `통째로 갈아넣은 인삼유 한뿌리'(CJ)가 대표적인 장명제품이다.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펀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어 효과적인 차별화 수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진다면 재미로 무장된 주변의 매장이나 제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