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전셋값 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어느 누구보다도 집없는 서민들에게 직접 피해가 가는 일이다. 집값 상승과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충격과 강도가 훨씬 더 크다. 전·월셋값이 폭등하면서 자살자가 속출했던 지난 2001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단돈 몇푼이 아쉬운 세입자들에게 전셋값 폭등은 절망감과 좌절을 불러올 수 있는 실로 심각한 문제임을 정부는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전세가격 급등현상과 관련해 가진 정부 대책회의에서 나온 정책 대부분이 매번 실패를 거듭했던 `재탕대책'으로 끝맺음하고 말았다. 기껏해야 전세자금을 1조6천억원에서 4천억원 더 늘리는 것과 관계부처 합동의 전세시장 동향 면밀분석 및 단속이 거의 전부였다. 게다가 대책회의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도외시 하듯 한 정부 당국자의 자세는 실망감을 더해줄 뿐이다. 대란의 조짐을 근본처방없이 계절적인 일시적 현상과 쌍춘년 결혼 러시로 인한 일시적 수요증가라는 분석에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업계는 지금의 사태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공급부족에 따른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 물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업계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8·31대책이 시행된지 1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과도한 부동산 관련 규제는 그 동안 주택공급의 위축을 가져왔다. 업계 진단대로라면 지금껏 애매한 서민들의 주거환경만 정부가 앞장서 저해한 결과가 된다. 업계의 충고를 계절적인 일시적 수요로 돌리는 정부 당국자들의 안이한 자세는 할말을 잃게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서민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 지금 조짐이 전셋값 대란으로 번지지 않게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거의 유명무실해진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절차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물론 더 많은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자가주택 보유율이 낮은 현실을 감안해 규제만 고집하지 말고, 적정 물량을 확대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업계 및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가장 효과적인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