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범행의도를 가진 자에게 범행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은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양승태 대법관)는 17일 마약사범 단속반 정보원에게 필로폰을 판매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한모(35·여)씨에게 징역 1년4월과 추징금 1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에게 필로폰 판매의 범죄가 전혀 없었음에도 오로지 수사기관에 의해 비로소 범죄가 유발됐다고 할 수 없다”며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취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마약 범죄로 복역하다 출소한 한씨는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주점에서 검찰 마약사범 단속반의 수사에 협조하던 A씨에게 필로폰 0.7g을 80만원에 팔려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뒤 필로폰 투약 혐의까지 추가돼 기소됐다.

한씨는 필로폰 밀매 미수에 그친 범행이 수사기관 정보원인 A씨로 인해 일어났다며 함정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 재판부도 “함정수사는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써서 범죄를 유발시키고 검거하는 수사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범의를 가진 자에게 범행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것에 불과하면 함정수사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복역 중 알게 돼 부탁을 받고 부산까지 내려가 필로폰을 구해온 점을 고려하면 비록 수사기관 협조자가 필로폰 판매를 유도했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수사기관의 권유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