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1일은 `치매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최소 1천20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그 수가 해마다 늘어 2050년에는 3배에 가까운 3천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05년 35만명, 2015년에는 5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에서도 치매노인 부양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덜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황혼의 덫'이라고 불리는 치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제 누구도 치매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치매, 우울증과 구별하세요!

 치매는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나이드니 깜빡깜빡 하는건 당연한 거라고 지나칠 수도 있고, 약간의 이상 징후에도 `혹시나'하고 걱정을 앞세우는 이들도 있다. 물론 걱정도 방심도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좋지 않다. 중요한 것은 치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대처하는 가다. 세란병원 신경과 이미숙 과장은 “치매의 원인과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자가진단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으로 치매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말한다. 치매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치매로 오인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가장 흔한 예가 노인성 우울증이다. 배우자의 죽음이나 만성질환으로 오는 통증, 경제적인 문제 등은 행복한 노년생활의 가장 큰 방해요소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노인들이 우울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노인인구 중 15%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65세 이상 노인들 중 5~10%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노년층들의 자살 비율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노인 우울증 증상은 자칫 치매로 오인되기도 한다. 대부분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함을 느끼기 보다는 `몸이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한다.

 말수가 적어지고 체중이 감소되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억력이나 집중력까지 저하되는 등 치매와 흡사한 증상을 보여 `가성치매’라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많은 노인 환자들이 우울증을 단순한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 역시 이런 우울증 증상을 치매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미숙 과장은 “우울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또 노인성 우울증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울증이 치매를 만든다!

 노인성 우울증은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분명 치매와는 다른 질병이다. 그러나 때론 이런 우울증이 방치되면 실제로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우울증이 인지장애를 유발한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VA의학센터와 캘리포니아대 연구진들은 우울증이 심할수록 인지손상의 위험도가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 2천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증상을 조사하고 6년 후 인지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실제로 우울증을 앓았던 노인들이 인지손상 정도가 더 심했다는 것이다. 이미숙 과장은 “노년기의 우울증은 치매와 동반되거나 서로 악화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치매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에도 우울증 치료는 중요한 요인이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의 30~40% 정도가 우울증 증세를 함께 보이는데 이 경우에는 활동장애나 지적 장애가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이때에도 치매 치료와 함께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이고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질병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한다.

 치매와 구별해야 할 노인성 질환

 ●파킨슨병=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인 이 병은 손발이 계속 떨리고, 몸이 굳어가면서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 때문에 일반인들이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뇌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면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고 증상 역시 운동장애와 인지장애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관절염이나 치매, 뇌졸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증상을 노화의 한 증상으로 오인, 방치하여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킨슨병의 경우 다른 퇴행성 뇌질환과는 달리 도파민성 약물을 투여하면 운동장애에 대한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건망증=흔히 어떤 일이나 약속을 깜빡깜빡 잊어버리면 `이거 혹시 치매가 아닌가?'하고 걱정이 앞서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주부들의 경우 80%이상이 건망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주부들이 건망증의 증상을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오인하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건망증은 단순한 기억장애로 인해 발생하지만 치매는 뇌세포 파괴로 인해 생기는 지적 능력의 장애라는 차이가 있다. 건망증은 물건을 둔 장소나 약속 장소, 시간 등 단편적인 정보를 잊어버리지만 치매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 전체를 잊어버리게 된다. 쉬운 예로 안경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안경 자체의 용도에 대해서나 자신이 안경을 사용했었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치매의 증상이다. 건망증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호르몬 변화와 심리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들이 많이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과 휴식을 취해 주고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 세란병원 신경과 이미숙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