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이 민주당측 인사들과 다각적으로 접촉하며 범여권 대통합론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퍼시픽 리서치센터의 초빙교수 자격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던 정 고문은 지난 13일 진주 정씨 종친회 일 때문에 일시 귀국했고, 내달 3일 다시 출국할 예정.

 하지만 정 고문은 귀국 기회를 활용, 우리당과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을 비롯해 옛 민주당 시절 원외인사와 전문가 그룹까지 두루 접촉하며 정계개편의 물밑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 고문이 그리고 있는 범여권 대통합론의 구체적인 목표는 신당 창당.
 그는 7월 중순께 민주당 한화갑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 대표가 주장하는 `헤쳐모여식 신당창당'의 필요성에 공감의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최근 정 고문을 만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고문은 당 대 당 통합이나, 흡수통합의 형태를 떠나서 민주·중도세력이 대통합하는 형태의 신당창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고문측도 “단순히 우리당-민주당 통합이 아니라 전문가 그룹이 가세하는 신당을 창당해야 여권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 고문의 이 같은 구상은 최근 탈당설을 거듭 일축하며 “열린우리당과 함께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탈당불가'라는 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정계개편 과정에서 노 대통령과의 결별만은 피해야 한다는 이른바 `노무현 동승론'이 일부 자리 잡고 있는 형편.
 정 고문은 하지만 신당창당을 위해선 노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노 대통령이 그 길을 위해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정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 고문은 `정치권이 자생적으로 새로운 정치질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노 대통령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는 탈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