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군내 파문을 몰고온 군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와 육군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경고하고 나서 장성진급 비리의혹을 둘러싼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신현돈 국방부 공보관은 노 대통령이 14일, 15일 이틀에 걸쳐 윤광웅 국방장관으로부터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장성진급 비리 의혹 수사가 적법한 방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국방부 신청사 회의실에서 김종환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군단장급 이상 핵심간부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훈시 시간을 할애해 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여론의 힘을 빌려 수사하는 관행은 적절하지도, 적법하지도 않다. 국방장관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을 잘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군이 스스로 개혁하려는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신 공보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군 검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군본부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영관 장교와 장성을 잇따라 소환했음에도 조직적인 범죄 단서를 포착하지못한 채 비리의혹만 난무한 데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군 검찰이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들을 소환해 밤샘조사를 벌이는 등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군 안팎의 지적도 노 대통령의 이번 지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윤 장관은 노 대통령의 이번 지시에 대한 후속조치를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검찰이 범죄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채 공식 공보라인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수사 진행과정을 언론에 흘릴 경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관련자를 엄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적법한 수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최근 육사 40, 41기생들이 구속된 동기생 중령 2명의 변호사비를 모금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인 데 대한 경고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남재준 국방장관이 유효일 국방차관과 만나 얘기한 사실이 왜곡된 형태로 외부에 알려지고 육군 수뇌부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군 검찰 수사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행태에 대해서도 급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포함돼 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군 검찰은 최근 정상적인 법절차에 따라 영관 및 장성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려 했으나 국방부의 제지로 무산됐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육군은 군검찰이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려 장성들이 비리집단인 양 매도했다고 비난하는 등 양측간 갈등이 증폭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