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다시 난장판으로 얼룩졌다.

여야는 29일 정치권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문제를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난장판을 재현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법안심사소위가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을 회부할 경우 이 법안을 처리키 위해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부결되고, 열린우리당 최재천 간사와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인 최연희 위원장에게 전체회의를 열어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위해 전체회의는 내일 열자”는 최 위원장의 의사를 의사진행 거부로 간주,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 기피할 경우 다수당의 간사가 직무를 대행토록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50조5항을 들어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처리에 나선 것이다.
 
최 의원은 이후 회의장에 입장한 최 위원장에게 위원장석을 넘겨줬지만 자신이 선언한 전체회의 개의와 국보법 폐지안 상정은 적법한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최 위원장은 자신이 없을 때 선언된 국보법 폐지안 상정은 물론 전체회의 개의 자체가 원인 무효라고 맞섰다. 이후 '전체회의 개의와 국보법 폐지안 상정은 유효하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과 '원인무효'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막말과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까지 발생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국보법 폐지안 제안설명서를 낭독하는 민노당 노회찬 의원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단상을 넘어뜨렸고 이에 반발한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은 주 의원의 가슴을 밀쳤다.
 
여당 의원들은 주 의원에게 “주성영은 정신감정해야 한다”, “요새 주성영 때문에 간첩이 안잡힌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최 위원장에게 “위원장 다워야 위원장이지, 별거냐”, “합의가 안되면 다수로 하는거지, 안그러면 왜 다수당을 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은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국회법을 인용하며 “국보법 폐지안은 상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국회법이 무슨 소용이 있어”라고 소리를 지르며 헌법과 국회법을 회의장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노회찬 의원은 위원장석 옆에 서 있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에게 “당신 누구냐, 작아서 안보인다”고 말했고, 한 여당 의원은 김영선 의원이 신장이 작은 것을 빗대어 “앉으나 서나 똑같다”고 말했다.
 
주성영 의원은 김원기 국회의장이 여야 의원들에게 본회의 입장을 촉구함에 따라 여당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퇴장하게 되자, 여당의 국보법 폐지안 상정시도가 또 다시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재천아, 세번째는 성공해라”라고 말해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