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건교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16일 경기도에서 열린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는 3선 국회의원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모한 김문수 경기지사에 대한 `행정력'을 평가하는 첫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날 국정감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오후 7시20분까지 강도높게 진행됐다. 특히 김 지사가 취임 전부터 주장한 `대수도론'과 `수도권 규제철폐'로 인해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번 국감은 그동안 보여온 정당간 대결보다는 `수도권'대 `비수도권' 등 지역간 대결구도 양상을 띨 것으로 사전 예견되면서 감사장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 지사는 한류우드 헐값분양, 광역교통개선대책 등 도의 현안사업에 대해선 실·국장까지 답변석에 나서도록 하는 등 시종일관 진지하고, 공손한 태도로 답변에 나서 예전 국회의원 시절 `싸움닭'이란 별칭까지 얻었던 태도와 180도 바뀌었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원들은 물론 경기지역 의원들까지 이날 참석한 24명 의원 모두가 `대수도론'을 비판하고 나섰고, `수도권 규제철폐' 등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것에 대해 김 지사는 강한 어조로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서 감사장은 극심하게 `온·냉대'가 바뀌는 불규칙한 기류를 보였다.

또 이 같은 논쟁싸움은 감사장 밖으로까지 이어졌다. 영어마을내 매점 운영자들이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며 동영상까지 준비해 눈길을 끌었던 민주당 이낙연(전남 함평·영광)의원은 김 지사가 계속해서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보좌진을 통해서 취재진들에게 곧바로 반박자료를 돌렸고, 도청 공무원들은 구두로 재반박 자료를 설파했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내 현안을 쟁점화하는데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양주·동두천 출신의 정성호(우)의원은 지역구를 비롯한 도 북부지역의 교통 인프라 낙후성을 지적하는데 10분간 질의시간 대부분을 할애한 것을 비롯해 문학진(우·하남), 정장선(우·평택을), 유정복(한·김포), 이재창(한·파주) 의원 등 경기지역 출신 의원들은 지역 현안사항에 대해 질의했다.

또 하이닉스 공장 증설 유치 문제로 경기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충북 청주지역 출신의 홍재형(우) 의원은 수도권 규제피해 사례집에서 나온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무산 문구와 관련해 “도가 하이닉스 증설 문제를 포기했느냐”고 따졌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중심인 충남 공주·연기 출신의 정진석(국) 의원은 정부와 정당간 건설 합의가 끝난 사항을 김 지사가 계속해서 `재조정론'을 내세워 문제 삼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 밖에 이날 감사장에선 김 지사의 용어 선택에 대한 지적도 끊이질 않아 감사장이 `한국어학회' 학술행사장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문제가 된 용어는 `대수도론', `명품 신도시', `개구리' 등이다.

한편 이날 박상돈(우·충남 천안을) 의원은 국감 현장으로 오는 도중 모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차를 돌렸고, 도 정문에선 경기도 택시노동자들이 전액임금관리제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며 확성기를 크게 틀어 의원들이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