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13일 연두 기자회견은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한국'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치, 경제적 과제를 국민에게 일깨우는데 초점을 맞춘게 특징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광복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선진한국'으로 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자리매김 함으로써 을유년 한해를 선진한국 비상을 위한 국운융성의 토대를 닦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의 처방은 성장과 분배 논란을 한단계 뛰어넘어 '더불어 잘 사는' 동반성장과 글로벌 무한경쟁 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모두연설은 신년사와 마찬가지로 경제회생을 단일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전 제시보다는 '경제'에 다시 한번 방점을 찍음으로써 경제회생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구현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 대통령은 재정 투입을 상반기에 집중해 투자와 소비를 활성화하고 풍부한 민간자금을 공공투자로 끌어들이는 종합투자계획도 조기에 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해나가면 올 하반기부터는 우리경제가 내수와 투자 부진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한결 나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계층간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 구조로 인해 서민대책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각종 처방들을 내놓았다.

기초생활보호자와 생계형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해 3월말까지 신용불량자 해소대책을 마련하고 서민용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대출제도를 활성화하는 한편 중산층 임대아파트 공급 확대 등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서민·중산층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저리로 최장 20년까지 상환하는 장기대출제도를 2학기부터 시행하고 노인요양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선(先) 보호조치' 등을 골자로 하는 빈곤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을 약속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40만개 일자리 창출과 직업상담및 알선 등 직업안정망 확충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노 대통령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한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산업간, 기업간,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를 우리 경제의 '근본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경기는 시기와 속도가 문제일뿐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해법으로 노 대통령은 '동반성장 정책'을 제시했다. 현 경제구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각 부문에 대한 지원 및 육성을 통해 우리 경제에서 제몫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동반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벤처기업, 영세 자영업자, 농어민 등에 대한 지원·육성책을 제시한데 이어 교육혁신 및 근로자 상호간 격차 해소를 덧붙여 역설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 문제와 관련, “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고중소기업 정책 자체를 혁신할 것”이라며 “또한 3만개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 다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방화 시대를 맞아 어려움에 처한 농어민에 대해서도 “연금과 건강보험료 경감, 교육여건 개선, 지역개발 촉진 등을 포함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5개년 계획'을 곧 확정, 시행토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산업·기업간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인재양성을 통한 기술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그 방법으로 대학의 혁신을 강조했다. '대학은 산업이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현장 수요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 대학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강조하면서 “최근 일부 지역의 통폐합 노력은 좋은 사례”라고 말해 대학교육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간,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간 격차를 짚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개인의 직업능력 개발'을 꼽았다.

무엇보다 “소수에 대한 두터운 보호보다는 다소 수준이 낮더라도 다수가 폭넓게 보호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대목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계의 전향적인 사고전환을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