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7일 한일협정문서 공개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을 신설했으며, 외교통상부에도 '한일 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전담심사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기획단은 국조실 기획수석조정관과 외무차관을 공동 단장으로 7개 부처 실무자 8명으로 구성되는 정부 조직형태를 띠며, 전담심사반은 외교·법률 민간 전문가까지 가세하는 15명 이내의 민·관 합동 조직 성격을 지니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신경을 쏟는 부분은 당장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는 일제강점하 징용·징병 희생자 및 그 유족들의 피해보상 요구이다.

정부는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보상은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70년대 중반 피해자 개별보상이 극소수에 한정돼 이뤄진데다,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대일청구권 자금을 건네받아 포항제철 설립, 고속도로 건설 등 경제재건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국조실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금을 받아달라 ▲한국정부가 사실상 '보상금'을 받았으니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달라 ▲정부가 피해자를 위한 기념사업을 해달라 ▲정부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생활보장을 해달라는 요구 등의 민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의 폭으로 '보상'이 거론되고 있는지도 매우 관심을 끈다.

일각에서는 일제 때 군인, 군속, 노무자, 여성 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등으로 동원됐던 사람과 유족에게 생활지원을 하는 내용의 '태평양전쟁희생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법안'이 지난해 여야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점에 주목, 결국 이 같은 '생계지원형' 보상으로 귀착되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책기획단은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보상문제는 지금 백지상태”라는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이뤄진다면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의 주도로 추진된 이 법안보다는 폭넓고 종합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한일협정에서 거론된 사안은 일제 강점하에서 우리 국민이 당했던 피해가 전부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면서 “특정 부류의 피해자가 아니고 일본정부가 피해자 전반에 보상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책기획단은 한일협정문서 공개 후속대책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단계이다.

지금은 피해구제에 손을 대는 시점이므로 피해자 범위 선정, 입법대책, 소요 재원조달 문제까지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올해가 한일수교 40주년이라는 의미를 살려 외교부는 오는 8·15 이전까지는 한일협정 문서를 추가 공개하며, 대책기획단도 올해까지 정부의 종합대책을 내놓는다는 일정을 밝히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