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 도서관 전자방명록에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작성한 글.
 노무현 대통령이 4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간 배경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측은 “지난 2일 문을 연 김대중 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눈치다.
 범여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전격적인 전직 대통령 방문, 그것도 호남 민심을 대표하는 DJ를 찾아간 데는 숨은 속뜻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여권 정계개편 논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은 못마땅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지역기반이 취약한 노 대통령으로서는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DJ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번 만남도 그런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DJ가 최근 `상왕(上王)정치'를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여기에는 퇴임한 대통령이지만, 여전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이 범여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현재 한나라당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선구도에 차질을 빚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측은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문 의도에 초점을 맞췄다. 유종필 대변인은 “호남을 비롯한 DJ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사보겠다는 시도인 것 같은데 그게 계획대로 잘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부산·경남 지지자들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도서관 기념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면서 “이를 정계개편과 연계시켜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치 않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우리당 의원들내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갖는 상징성과 차기 대선에서의 영향력에 공감하면서 이번 방문을 반기는 기색도 엿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내년 대선이 지역주의 부활로 가서는 안되지만, 지역구도를 완전히 뛰어넘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며 “호남은 물론, 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을 위해서는 DJ가매개체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전날 회동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자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