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합리적 개혁노선을 표방해온 정세균 의원이 24일 열린우리당의 3기 원내 사령탑에 오름으로써 여당의 좌표가 사실상 실용주의로 정조준됐다.

참여정부의 정체성인 '개혁'은 쉼없이 추진돼야할 과제이지만 당장은 민생을 보듬고 쓰러진 경제를 살려내는데 당의 역량을 최우선적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24일 의원총회에서 참석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를 선택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해찬 총리,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당·정·청 3각축에 실용주의자들이 전면 포진함으로써 참여정부 집권 3년차의 '일하는 1년'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신임 원내대표의 원내전략 구상은 이날 정견발표문에 제시된 ●민생경제의 실천 ●미래를 향한 도전 ●성공하는 개혁이라는 3대 화두에 함축돼 있다고 볼 수있다.

민생경제를 첫머리로 올리면서 '실천'을 강조, 경제회생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내세우면서도 개혁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메시지를 줘 당의 정체성 확립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을 외쳤던 2기 원내 지도부가 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혼선과 실천력 부재로 개혁입법의 타이밍을 놓치고 민생·경제입법도 원만히 처리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실천' '성공'이라는 어법이 동원된 점이 눈에 띈다.

이런 구상에 따라 정세균 체제는 당장 2월 임시국회부터 경제살리기에 긴요한 민생·경제입법 처리에 당내외의 역량을 모아 총력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신임 원내대표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당·정·청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또 정 원내대표와 원 정책위의장이 자신의 지휘 하에 놓인 정책위를 '분권형'으로 운영하고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정책의 실천력을 높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정책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분야별·사안별 의총 ●정책조정위원회 및 소위원회 활성화 ●민생관련 여야 정책위의장단 회의 정례화를 제시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 문제는 가급적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을 우선시할 것으로 전망되며 경우에 따라 당론 재논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당면한 개혁입법 처리과정에서 당내 이념적 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날 것이란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2월 임시국회는 정 원내대표 체제가 소장파의 강경론과 당내 각 계파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