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는 박정희 정권에서 가깝게는 전두환 정권의 의혹 사건이 도마에 오르게 돼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평생 한을 품고 살아와야 했던 피해자는 물론 동시에 가해자 입장에 섰던 인사들도 신원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주목된다.
따라서 진실위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막후에 있었던 정보기관과 관련된 과거 의혹사건 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및 월권, 탈법행위 등에 대한 재발방지를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7건 대부분이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조사 착수와 함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수장학회, 인혁당·민청학련, 김대중 납치, 김형욱 실종 등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때의 사건들로, 경우에 따라서는 박 정권에 일부 뿌리를 두고있는 한나라당과 박 대통령의 맏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직·간접적인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위원회는 정수장학회 사건 조사를 통해 당시 박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통제·억압했고 어떻게 경제인들을 정경유착에 끌어들였는 지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진실위는 또 남로당 간첩사건 이후 국내 최대 간첩단으로 불린 동백림 사건은 대표적인 조작 사건으로 독일 유학생들을 대거 간첩으로 모는 바람에 독일 정부와의 외교적인 마찰까지 초래됐던 만큼 당시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진실고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동백림 사건의 경우 1967년 6월8일 실시된 박 정권의 부정선거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규탄시위가 끓어 오르던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 그 연계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중 납치 사건은 상당부분 알려져 있지만 권력이 앞장서 정적을 납치, 살해하려 한 대표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진상을 새로 규명한다는 게 위원회의 입장이다.
진실위는 아울러 박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사건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은 권력게임의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KAL 858기 폭파사건은 워낙 사건 규모가 커 현재 조사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국민적 의혹이 가장 큰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 지역당 사건은 최근 제기된 의혹사건으로 사건조사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점에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현재 각각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이고 주장과 해명이 크게 엊갈리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에 의해 타살된 뒤 추락사한 것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장준하 선생 사망사건이 우선조사대상에서 제외돼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 위원장은 조사방식과 관련, “의혹이 있다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 의혹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고, 그 반대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의혹이 없다는 것을 밝히는 작업도 중요한 진상규명 작업이 될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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