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인천 남구 학익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현정(32)씨. 김씨와 남편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살고 있는 보금자리는 전세 7천만원의 33평형 A아파트.

김씨는 오는 2011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위해 남동구 구월동 또는 논현 택지지구로 이사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우선 신도시 지역으로 공공시설이 밀집한 구월동의 경우 대단위 아파트 주거지역으로 시청과 시교육청이 소재하고 각 연령에 따른 학교, 학원들이 인접한 행정과 교육의 중심지이다. 또 금융업, 기업체의 집중지로 경제, 문화, 행정의 요충지이기도 해 시선이 끌린다. 반면 오락, 유흥 등 성장기 자녀와는 거리가 먼 불필요한 시설들도 주변에 함께 발달한 상황이라 선뜻 내키지 만은 않는다.

다음으로 논현 택지지구는 향후 5년 안에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2009년에는 외국어학교가 신축되는 등 교육의 중심으로 거듭날 뛰어난 학군의 잠재력을 지녔다.

더불어 대단위 주거시설과 함께 의료, 공원, 체육 등 다양한 생활편의시설도 그때에 맞춰 생길 예정에 있다. 특히 이곳은 제2경인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인접해 수도권까지 진입이 원활하며 인천 지하철 1호선과 연결된 수인선이 2010년 개통되는 등 교통 인프라가 우수하다.

구월동과 논현동 두 곳다 나름대로의 메리트를 갖고 있어 김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녀의 교육이 최우선이라는 점 때문에 서둘러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결국 김씨는 모든 조건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논현지구로 결정을 굳혔다. 하지만 이때 김씨 앞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전셋값이 또 하나의 커다란 장애물로 막아섰다.

김씨가 염두에 둔 B아파트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같은 평형대이지만 전세가격이 1억2천만원에 달하기 때문. 무려 5천만원 차이가 난다. 이처럼 전세 가격 폭등은 비단 구월동이나 논현 택지지구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올 상반기부터 지속된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전세물량 부족과 매매가격 상승에 따라 전셋값 역시 동반해 급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은행의 낮은 금리로 인해 `저축해 봤자'라는 생각을 가진 집 주인들이 전세 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내년 봄 이사철에 앞서 적은 물량을 먼저 선점하려는 세입자들과 이를 예측하고 미리 올려 받으려는 주인의 발빠른 해석도 원인.

이달 초 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1월 인천지역의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1.1%로 전국 1.0%를 웃돌았다.

계양구와 연수구는 각각 2.1%, 1.8%를 기록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아파트 변동률은 1.5%로 단독(-0.1%), 연립(0.9%)과는 큰 폭의 증가를 나타내 최근 부동산 광풍의 주요 진원지로 등장한 이유를 실감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전세 공급량을 원인으로 들며 연말부터 내년 봄까지는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은행이 전국의 부동산중개업소 3천339개 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세수급동향'에서 응답자의 3.7%만이 공급이 충분하다고 답했으며 `공급이 적절함' 10.0%, 절대 다수인 86.4%가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과장은 “모든 주택은 수요와 공급이 적절해야 하는데 현재는 절대 그렇지 못하다”며 “찾는 사람에 비해 물건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당연히 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상권이 빼곡히 들어찬 구월동 일대는 한 동안 전세가 매물로 나온 적이 드물었다. 모 부동산에는 한 건의 물량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기존 전세로 거주해 있던 세입자들은 월세로의 전환 또는 아예 집을 옮기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들린다.

최문수 구월공인중개사 전무는 “이번 전세 대란은 전국적 추세인 것 같다”며 “지난 9월부터 차츰 줄어들더니 추석을 전후로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창 개발붐을 타고 있는 논현지구는 전셋값 폭등의 진원지에 자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8천만원선에 거래됐던 대한주택공사의 뜨란채 33평형이 매달 꾸준히 1천만원씩 상승곡선을 그려 10월에는 1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고 이달에는 1억2천만원 선이지만 물건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바로 옆의 풍림아파트 32평형은 현재 8천500만~9천만원 대를 이루고 있지만 불과 넉 달전만 해도 7천만원 이하에도 입주가 가능했었다.

전정우 공인중개사협회 인천시지부 사무국장은 “요즘 실수요자 보다는 투자 개념의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며 “거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으며 이 여파로 인해 전세도 뛰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