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탄현동 주상복합아파트 로비의혹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1부(최재정 부장검사)는 시행사인 K사 고문 김모(50)씨로부터 로비내용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달력 2권을 제출받아 조사중이라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8일 김씨측이 검찰에  제출한 이 달력은 직사각형 모양의 2005년과 올해 탁상용 달력 등 2권이며, 김씨가 기록한 로비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이 달력들은 수사검사의 요청에 의해 김씨가 제출한 것으로 지난 9월 K사 대표 정모(47)씨를 고소한 K사 전 대표 김모(44)씨 측이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공무원 OOO'라는 형식의 수첩달력 사본의 원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공무원 O, 금융계 O' 등의 형태로 적힌 글이 10여 개 안팎으로 적혀져 있었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열린우리당 모 의원측 5개' 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인도 적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일부 정치인과 금융계 인사, 공무원 등이 거론되어 있음을  암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달력 원본에는 숫자로 표시된 게 있는데 구체성 있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5' 이런 식으로 뜬구름 잡는 식"이라며 "고소인측이 제출한 사본에는 없는 내용들이 달력 원본에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실 좀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문 김씨가 쓴 것은 맞지만 김씨가 직접 본 것만 쓴 것은 아니니까 사실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김씨 자신에게도 불리할 것이 없으니까 검찰에 달력원본을 제출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찰은 고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로비의혹의 핵심인물인 정씨를 체포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추적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은 또 영장이 기각된 고문 김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여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고려중이다.

    검찰은 사건의 규모와 성격상 고소사건을 전담하는 형사1부 소속 검사 혼자  수사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특수부 등에 재배당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