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국세청이 의료비 관련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자료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개정 소득세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헌법소원까지 내겠다고 밝혔다. 진료자료를 넘기게 되면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환자 개개인의 자료가 유출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국세청은 여러 겹의 보호장치가 있으므로 이는 기우이며, 병·의원들이 소득 노출을 꺼려 이를 기피한다고 보고 반박에 나섰다.

양쪽의 주장을 검토해 볼 때 의사협회의 주장에 정당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국세청은 환자의 질병내용과 관련된 정보는 넘겨받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자료제출 의무화로 인해) 낙태·성병 등이 드러나 가정파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식의 걱정은 비약일 뿐이다. 더욱이 환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진료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 본인이 출력해 제출하는 의료비 항목에는 더더구나 진료내역이 기재되지 않는다. 또한, 건강보험 관련 진료내역은 건강보험공단으로 보내면서, 비급여 항목만은 사생활보호라며 자료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다.

물론 개별환자의 진료 내역은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 이는 의료윤리 상으로도 그렇고 환자 사생활보호라는 면에서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병·의원의 소득이 이를 빌미로 은폐되어서는 안된다. 설령 국세청이 이번 기회에 병·의원의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이는 환영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고소득 전문직종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각종 사회보장제도 운용에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세원포착에 관한 한 국세청이 제역할을 못해서 걱정이지 '빅 브라더'가 될까봐 걱정할 이유는 없다. 단,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지 모르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더욱 철저한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근로소득 연말정산과 관련해 국세청이 각종 자료를 통합키로 한 조치는 현 정부의 혁신 가운데 대표적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근로자들이 일일이 공제 자료를 모으러 이곳저곳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획기적 발전이다. 의사협회는 명분없는 주장에 매달릴 게 아니라 근로자들이 올해 연말정산부터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진료자료를 제출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