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중소납품업체들에 대한 불공정거래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108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납품단가 인하, 광고 및 경품비 떠넘기기 등 대기업들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 관행도 여전히 심각하다. 영업정지 및 과징금 등 적발건설업체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여름 포스코가 큰 홍역을 치렀겠는가. 불법하도급구조가 현장 노동자들의 숨통을 더욱 옥죔은 물론 제2의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참사마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최근의 화물연대파업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정부는 특히 불법하도급근절에 공을 많이 들였다. 납품대금의 현금결제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직권조사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을 유도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획책했다. 30대 그룹은 올해 상생협력사업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의 하도급횡포는 근절되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원인은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불공정거래행위의 단속 효과가 전무하다시피하다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건설업계 하도급 비리를 전담하고 있는 지자체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세수 감소가 두려워 못본 척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청업체들은 대기업들의 횡포를 '벙어리 냉가슴' 앓듯 견뎌낼 수밖에 없다. 이 정부의 하도급기업보호대책은 정치적 수사(修辭)이자 빛 좋은 개살구였던 것이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다산다사(多産多死)형일 수밖에 없고 서민들의 영락(零落)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작금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과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터에 대기업들의 하도급 횡포까지 가세, 사기가 말이 아니다. 고질적인 불법 하도급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한 선진경제로의 진입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국내 고용의 87%를 전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고사(枯死)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