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연기·공주로 정부부처 중 12부4처2청을 옮기기로 한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 사흘째인 25일에도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당 대표실에서 주재했다. 원내대표실에서 '합의반대' 의원들이 3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탓이었다.

회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당내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가 당안팎에서 이번 결정 자체 및 결정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당으로선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안팎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번 문제로 또다시 중대한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날 반대파 의원들의 농성 현장을 방문, 위로와 함께 설득에 나섰던 박 대표를 비롯해 당지도부는 이번 고비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솔로몬의 지혜라도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라며 고충을 토로한 뒤 내달 2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반대파 의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그러면서도 재의결 요구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반대파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법안 상정 육탄저지 등을 주장하는 것을 의식한 듯 “어렵게 결정한 만큼 도를 넘어 일을 확대시키는 것은 당과 나라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번 결정이 '표결'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됐고,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을 막아 6개 부처의 서울 잔류를 지켜냄으로써 '수도 서울'의 위상을 유지하게 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도시 합의'에 대해 수도권은 물론이거니와 충청권에서도 여전히 불만이 적지 않다는 데 대해선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지역균형발전 대책에서 수도권에 대한 규제 과감한 철폐 등 수도권을 달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당 지도부는 반대파 의원들이 당내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정도시법' 반대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내달 2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에 대비해 의원들에 대한 '맨투맨 접촉'을 확대하는 한편 반대파 의원들의 조직적 행동에 대해선 '대선용 편가르기', '박대표 흔들기'라고 정면 비판했다.

한편 당내 반대파들도 이날 활발하게 움직이며 세확산을 위해 부심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농성장인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수도이전반대범국민운동'을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