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국 시·도가 일제히 지방세 상습 고액 체납자 명단을 발표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경기도는 명단을 밝히지 못했다. 체납자들에게 공개 사실 통보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경기도의 군색한 변명이다.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넘어가기엔 몹시 석연치 않다. 세수가 줄어 걱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도 세무행정이 이런 착오를 저질렀다는 건 납득이 안된다. 혹시라도 누군가를 봐주기 위해 명단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 지경이다.

도가 추정하고 있는 공개 대상자는 57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1억원씩만 체납을 하고 있다 해도 570억원이다. 타 시군 공개자수와 체납액을 산술평균해 보면 1인당 3억원에 이르므로 이를 적용하면 1천500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쪼들리는 도 살림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이를 징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확한 명단도 파악하지 못했고, 게다가 공개시기마저 놓쳤다니 어이가 없다. 어떻게든 지방세 탈루를 막아보자는 지방세법 취지를 경기도는 몰랐단 말인가.

이번에 공개를 못함으로써 경기도내 체납자 명단은 빨라야 내년 3월, 늦으면 내년 6월에나 공개될 수 있다. 이 사이에 능력이 있으면서도 뻔뻔하게 버텨온 체납자는 밀린 세금을 내고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 셈이다. 실제로 이번에 명단을 공개한 타 시군에서는 그런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지역사회 지도층을 자처하면서 지방세는 제때 내지 않고 버텼던 양심불량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면피 기회를 도가 '총대를 메고' 만들어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세정의 차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지방세 체납자 모두가 파렴치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세금을 내지 못할 처지에 몰린 경우도 적지 않을 터이다. 하지만 고액 상습 체납자들의 경우 납부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온갖 핑계로 이를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을 도와주는 격이 된 도의 세무행정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본다. 이러고도 일선 시·군에 체납세 징수를 독려할 자격이 있겠는가 묻고 싶다. 도는 이제라도 최대한 공개절차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무너진 세무행정의 신뢰를 다소라도 만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