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교육청이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주말과 휴일에 원어민 교사들을 강제 동원하는 바람에 반발을 사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19일 용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지난 16일과 17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관내 초등생들의 영어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용인 영어페스티벌'을 개최했다.

1천여만원이 든 이날 행사에서는 영어 교육과 관련한 우수 사례 발표 및 자료 전시, 원어민들과의 대화 체험, 동화 구연 및 영어 골든벨(퀴즈)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교육청은 그러나 주말과 휴일인 행사기간 동안 원어민 교사 24명은 물론, 관내 84개 학교에서 영어 담당교사 및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공문을 통해 종용했다.

결국 원어민 교사들은 이같은 교육청의 방침에 반발해 16명만 참가했고, 일부 원어민들은 이틀간의 행사 기간중 하루만 참가하는 바람에 영어 담당교사가 대신 상담 부스에 앉아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행사 참여를 거부한 원어민 교사 B(30)씨는 "휴일에 갑작스레 진행된 행사인데다 단 7시간의 영어체험 행사가 아이들 영어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며 "원어민 교사와의 회화 수업은 각 학교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휴일에 전시성 행사를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졸속으로 추진된 행사 진행도 비난을 받고 있다.

영어 페스티벌은 16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17일 오전 9시부터 3시간 등 모두 7시간 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원어민 교사의 참가 수당(시간당 2만원)도 모두 일선 학교에서 부담토록 했다.

교사 A씨는 "(용인교육청이)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사 및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할 것을 통보했다"며 "12월이면 각 학교별 행사로 매우 바쁜데 겨우 행사 보름전에 통보해 학생을 동원하는가 하면 대부분의 행사 프로그램이 대충 진행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0·여)씨도 "행사장 음향시설도 엉망이라 안내 방송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며 "행사 시간과 위치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공문을 행사 기일에 맞춰 빠듯하게 보낸 것은 각 학교가 매우 바쁜 것을 감안해 일부러 늦게 보냈다"며 "학생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각 학교별 협조를 부탁한 것이지 강제사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