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보고 새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등을 설계하는 연말이지만 왠지 어수선한 느낌이다. 으레 이맘때가 되면 불우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지난 일들에 대해 서로가 반성하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뭔가 달라지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올해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무척이나 민감해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때문인가.
정치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새판짜기를 앞두고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감춰뒀던 독설이 날카로운 흉기로 변하고 있다. 대권주자의 '주도권 잡기'행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정치인의 줄서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의 노무현 대통령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건 전 총리와 청와대간의 설전이 며칠째 이어지고 군비하발언과 관련, 전직 국방장관·합참의장등 군 수뇌부가 반발하는 등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이러저러한 일들이 앞으로 선거가 끝날때 까지 더욱 강도높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마저 보이고 있다. 정치인들의 치열한 정쟁속에 국민은 허탈해 하고 있다. IMF여파로 침체된 서민경제는 도대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가격에 혀만 내두를 뿐이다.
중소기업의 아우성도 참담하다. 내년 1분기 인천지역 제조업은 지속되는 경기침체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인천지역의 180개 업종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 1/4분기 기업경기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가 76으로 나왔다.
제조업체의 경영난을 이끄는 요인은 많다. 원자재값 상승(34.8%)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환율변동(22.8%)과 자금난(14.1%), 임금·인력난(7.6%), 노사관계(4.3%), 금리(2.2%) 등. 여기에 소비심리위축은 내수침체로 연결되고 고용불안에 정부정책의 신뢰도 하락도 기업경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래서 이들은 지방정부에 경영안정자금 상환조건 다양화, 유망중소기업 선정대상확대 등을,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재정경제부 등 중앙정부에는 환경시설자금 지원확대, 산재보험의 비합리적 내용개선, 경기활성화와 고용증대를 위한 세액감면제도신설, 지하상가 임대료 부가가치세 면제연장 등을 건의했다.
21세기 국가 생존전략차원에서 추진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도 정치권의 관심부족, 균형발전론과 중앙정부의 인색함이 어우러져 기형아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다.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낸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분양가 상한제와 관련 "중·대형평형의 아파트에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은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답답함을 쏟아냈다. 아울러 그는 수도권규제로 인해 외국인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조차 허용이 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우리의 경쟁국인 싱가포르·홍콩·중국 등이 제시하는 투자인센티브는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학교설립 주체, 송금보장 문제 등이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투자환경에 대한 우려의 소리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은 앞으로 각종 공약과 정책을 마구 쏟아낼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한 전시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고달픔이 어디에 있는지를 헤아려 주길 바란다. 더욱 경계할 일은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민의 소리를 악용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을 위한다면 자신을 버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큰 정치를 펴줬으면 한다.
/장 철 순(인천본사 정경부장)
국민의 고달픔을 헤아려야
입력 2006-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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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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