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A(16·중3)군은 지난달 12일 오후 7시30분께 같은 동네 동생으로부터 '도와달라'는 휴대전화를 받고 수원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 갔다 십수명의 또래 아이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병원에서 전치 5주의 진단이 나올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A군은 당시 곧장 수원남부경찰서 매산지구대에 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고, 지난달 30일 S(15)군 등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범인들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A씨는 곧장 경찰서로 달려갔다.
하지만 A씨는 피의자 인권보호차원에서 아무것도 이야기 해줄 수 없다는 경찰의 앵무새 같은 답변만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는 "처음에는 몸도 성치않은 아들을 때린 가해자에게 사과도 받고, 자식가진 아버지 입장에서 때린 이유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며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인권만 운운하고 이름조차 가르쳐 주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가해자의 이름을 알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피의자의 인권은 중요시 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이나 권리는 무시되는데 화도 났고 아예 이번 기회에 가해자들에게 매를 맞은 아들의 병원비를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은 더욱 꼬여만 갔다. 경찰과 검찰 어느쪽도 가해자들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검찰 민원실을 몇차례 오간 끝에 A씨는 지난 18일 가해학생들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중 한명은 이미 구속기소됐고 일부는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아들을 때린 가해자들이 누군지 알기 위해 쫓아 다니느라 한달여 동안이나 운영하던 복권방을 비워 온 A씨는 "단지 가해아이들이나 그 부모로부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들었어도 마음이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작 피해를 당한 우리는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A씨는 "지금도 우리 아이는 당시의 충격으로 여러명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만 봐도 심한 어지럼증과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