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을 통해 선적되고 있는 수출 화물의 모습. 올해 우리나라는 수출 3천억달러 시대에 돌입했고, 경기도는 연간 수출 600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기록 수립에 일등 공신이 됐다.
2006년 경기도의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 시대를 연 기록적인 수출을 이끌어 갔다. 수출 호조는 제조업 생산의 성장으로 이어져 경기도의 제조업 생산도 15%대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도 투자 증가액의 절반 수준의 부진을 면치 못했고, 소비 회복세는 오히려 하반기 들어 더욱 둔화됐다. 투자부진과 소비 회복세 둔화는 결국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아 서민들은 어느때보다 고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10월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광풍'은 집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또한번 큰 상처를 남겼다.

▲다시 쓴 수출 기록=경기도의 수출은 전년의 호조세를 이어받아 일찌감치 성장의 날개를 폈다. 1월에 45억9천만달러로 시작한 월간 수출기록은 3월에는 56억600만달러로 늘어났고 이후 4개월 연속 50억달러 이상을 이어가며 새로운 기록 수립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하지만 7월과 8월 들어 자동차업체들의 노사문제가 불거지며 수출이 각각 47억5천만달러 수준으로 급락, 위기감이 돌기도 했다. 이후 9월들어 다시 58억1천만달러로 월간 수출 신기록을 세우며 기록을 끌어올렸고, 11월에는 드디어 월간 수출 60억달러를 돌파한 60억6천500만달러의 신기록을 세우면서 누계 수출액이 575억2천5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수출기록을 한 달이나 일찍 돌파해 내는 기염을 토했다.

▲답답한 투자와 소비=이같은 수출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국내외 여건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면서 경기도의 '안 살림'은 답답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설비투자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자본재 수입액의 경우 1~10월에 283억5천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2.8%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도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20.8%)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특히 경기전망이 어두웠던 1/4분기의 경우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이 10.0%에 그치면서 투자부진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기도 했다. 다행히 하반기 들어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경쟁력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를 늘리기 시작, 3/4분기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이 16.2%로 올라서는 등 꽁꽁 얼었던 투자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고용시장과 내수시장에는 내내 찬바람이 불어닥쳤다. 경기도의 실업률은 지난 2월 4.7%까지 급등하며 24만3천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이후에도 3%대 후반을 오르내리며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다가 9월 들어서야 겨우 3%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민간소비는 상반기에 한때 회복세로 돌아서는 듯 했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위축되면서 더욱 얼어붙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경기지역 대형소매점 판매액 증가율은 1/4분기에 7.7%, 2/4분기에 8.3%를 기록하며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가, 3/4분기 들어서는 4.8%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3/4분기 들어 도내 백화점들의 매출은 전년대비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형마트의 매출도 급락하며 급기야 한자릿수(6.3%)로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실감케 했다.

▲ 부동산 광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 10월 오픈한 인천 한화 에코메트로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발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광풍'에 휩쓸리다=2006년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두 번이나 요동을 쳤다. 연초부터 재건축 규제완화와 판교분양 '후광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분당·평촌·용인·과천 등의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같은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버블 세븐'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천명하고 초강력 규제책인 3·30 부동산대책까지 내놓았다. 이런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주춤하던 집값은 그러나 추석을 전후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전세대란이 빚어졌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이던 집값은 급기야 파주와 은평뉴타운 등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터져나오면서 수도권 전역에서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조사한 수도권지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1/4분기 6.4%, 2/4분기 8.3%, 3/4분기 7.8% 수준에 머물다가 10월에 10.9%, 11월에는 16.9%로 폭증세로 돌아서 주택시장에 비상이 걸리게 했다. 이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놀란 소비자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집 사기'에 달라붙었다. 보유한 가계자금은 물론이고 대출까지 끌어다가 집 사기에 나서면서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이때문에 지난 11월에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4조2천억원이나 급증, 급기야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극약처방을 내려야 했다. 결국 정부는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 공급확대를 골자로 하는 11·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고, 들끓던 부동산시장은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의한 공급 축소와 여전히 가라않지 않은 부동산에 대한 기대심리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내년도 부동산시장에 불안감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