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새 원내대표로 5선 중진의 강재섭 의원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도 내분사태로 치닫고 있는 당 체제를 서둘러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이 '친박(친친박근혜)세력'과 '반박(반박근혜)세력'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박근혜 대표와 가장 가까운 강 의원이 당서열 2위인 원내대표에 당선됨으로써 결국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강 원내대표는 지난 98년 4월 박 대표가 대구 달성 재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작년 3월 탄핵사태 이후 당이 위기상황에 빠졌을 당시 '박근혜 대안론'을 내세워 박 대표를 '옹립'했다. 이번 행정도시특별법 처리과정에서도 경선후보 3인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일찍부터 '친박'으로 간주돼 왔다.
 
특히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1차투표에서 과반이라는 표가 쏠린 것은 당내 일각의 조기 전당대회 소집 및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박 대표체제에게 힘을 보태 조기에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강 원내대표는 당선의 기쁨을 누릴 여유조차 없이 결코 만만치 않은 난제를 푸는데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한지붕 두가족' 사태로까지 악화된 당내 갈등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갈등과 화합의 조정자'를 자임해온 강 원내대표가 박 대표 퇴진과 행정도시법 무효화 및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수도지키기투쟁위(수투위)' 소속 의원들과 당 지도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
 
일단 강 원내대표는 “표결로 찬성당론을 정했고, 국회에서 통과한 법인 만큼 공당으로서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당과 국회내 별도기구를 만들어 수투위 의원들을 참여시키고 후속대책 마련시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정도 선에서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 통과에 항의, 정책위의장에 이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박세일 의원과 무기한 단식농성중인 전재희 의원 문제도 본인들의 뜻이완강해 수습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4월 임시국회에서 부딪히게 될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법안 처리는 강 원내대표의 대여협상력을 시험할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경선 결과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가 대구·경북(TK) 출신이고, 김무성 사무총장이 부산·경남(PK) 출신으로 당 최고지도부가 모두 영남출신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영남당'이라는 이미지가 덧칠된 측면이 강하다.
 
오는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탈영남 전국정당'을 지향해야 할 한나라당으로선 최근 수도권의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여론과 충청권의 민심이반, 그리고 '중부권 신당창당'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적잖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강 원내대표가 5·6공 인물로 분류되는 점도 당이 미래보다는 과거지향을 택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벌써부터 당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강 원내대표 자신이 2007년 대선출마의 뜻을 품고 있는 '잠룡'이라는 점에서 박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빅3' 중심으로 진행돼온 한나라당 대권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