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대만, 홍콩에서 성행하던 환급 사기, 납치 사기가 최근 정(情)에 약한 한국인들을 타깃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양에서 적발된 사기단은 이를 바탕으로 검찰, 경찰, 금융권 등 보통 사람들이라면 듣기만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기관의 직원이나 '관계자'임을 사칭하는 등 다양한 신종 수법을 총망라했다.

경찰 수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불과 한달새 군포, 의정부, 부산, 서울 강남구·노원구, 대구 등 전국을 대상으로 24명으로부터 3억3천만원이나 뜯어내 이들이 얼마나 손쉽게 사기 행각을 벌여 왔는지를 짐작케 했다.

경찰은 "이들은 일단 전화를 걸어 상대를 파악한 뒤 주로 사회 실정을 잘 모르는 중년 주부 등을 집중적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녀 납치를 빙자한 사기 수법.

이들은 범죄 대상자가 의심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녹음해 둔 다른 사람의 비명과 우는 소리를 들려 주며 '당신 아들'이라고 속였다. 또 아들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같은 시각 한 명은 아버지 에게, 다른 한 명은 아들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부자간에 연락하지 못하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주범인 대만인 T(44)씨 등은 경찰에서 "자녀가 납치됐다고 하니까 피해자가 먼저 우리도 전혀 모르는 자녀 신상에 대해 말해 줬다"며 "우리는 그냥 아는 척하면서 속이면 됐다"고 털어 놓았다.

이와함께 검찰, 경찰, 금융권 직원을 사칭한 뒤 "카드 사고가 났다", "남편이 사기죄로 고소됐다. 피해 금액만 계좌이체하면 없던 일로 하겠다", "당신 개인정보가 유출돼 은행 보안코드를 변경해야하니 현금인출기로 가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등등 온갖 수법을 동원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외총책, 국내총책, 중간관리책, 해외행동관리책, 현금인출책 등 짜임새있는 조직을 갖춘 것으로 미뤄 국제 범죄 조직과 연루돼 있다고 판단, 인터폴에 수사 공조를 의뢰하기로 했다.

=고양

김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