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모인 이천주민들과 범시민대책위가 삭발식을 벌이고 있다. /전두현기자·dhjeon@kyeongin.com
 정부의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불허 항의집회가 열린 26일 오후 과천 정부청사 앞은 성난 이천 시민들의 함성과 정부를 비난하는지역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져 유세장을 방불케했다.

 108대의 관광버스를 나눠 타고 온 4천여 명의 이천시민들은 이마에 '하이닉스 이천 증설 허가하라'라는 글귀가 쓰인 빨간 머리띠를 두룬 채 피켓과 플래카드를 흔들며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조병돈 이천시장, 박순자 이천시의원 등 경기지역 각급 단체 인사들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집단 삭발을 하자 집회장에는 비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조 시장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내내 굳은 얼굴로 눈을 꼭 감고 있었고, 박순자 의원 등 삭발에 동참한 여성 인사들은 입술을 꼭 깨문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한 지역 상인은 "지금도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하이닉스까지떠나면 이천 상권이 죽는다"며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말했다.

 동료 40여 명과 함께 왔다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한 직원은 "지금 이천공장이 증설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점점 규모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역 일자리 감소는 물론 현재 직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나온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규택 국회의원 등 지역 인사들은 결의 발언 등을 통해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고, 그때마다 시민들은 박수와 지지의 말들을 쏟아냈다.

 김 지사는 "정부가 경제가 아닌 정치논리로 하이닉스 문제를 결정한다면 역사의심판을 받게될 것"이라며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집회 마지막에 시민들은 소복과 상복을 차려입은 일부 시위대와 함께 '하이닉스와 이천의 죽음'을 상징하는 빨간 천으로 둘러싸인 관 5개를 어깨에 매고 집회장 주위를 행진하기도 했다.

 이날 과천 정부청사 주변에는 경찰 병력 30개 중대, 3천여명이 에워싸 긴장감이감돌았다.

 집회 후 20여명의 시위대가 과천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정문 앞에 세워진 기동대 버스에 가로막히자 버스 위로 올라가 깃발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으나큰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