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구 (문화체육부장)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 주 정시합격자를 발표함으로써 대학입시의 열풍이 일단락됐다. 예비합격자로서 이달 중순까지 대학측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마음 졸이며 학수고대하는 수험생들도 있지만 어쨌든 대단원의 막이 내린 셈이다. 올해 대학입시의 경우 매년 반복되는 경향이지만 너무 심할 정도로 '안전하향지원'이 두드러졌다. 입시전문기관과 수 십년간 진학지도를 해온 고3 담임들을 보기좋게, 그것도 톡톡히 망신을 주었다. 수 십점을 낮추어 지원해 틀림없이 합격할 것이라는 말에 안심했던 수험생들이 예비합격자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낭패를 당했다.

지원한 3개의 대학 가운데 2~3곳에 합격해 학교를 고르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수험생들이 있는가 하면 3곳 모두 예비합격자 명단에 들어 이달 중순까지 잠못 이루고 노심초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수능시험을 끝내고 해방감을 만끽했던 것이 두달여전이었지만 이제는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현실에 부닥치고 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의외로 결과가 좋지 않은 수험생도 있고, 결과를 보며 후유증에 몹시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선거와 시험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모든 수험생이 대학에 들어갈 수 없고, 또 모두가 이른바 명문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부모의 기대와 학생들의 희망과 목표는 오로지 그 곳에 있었다.

하지만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한 청년들이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를 보듯이 이름난 대학을 나왔다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자신의 적성과 실력에 맞게 인생을 설계하고 또 부지런하게 산다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고, 보람있는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단 한번의 시험이 내 인생을 결정해 주는 것은 정말 아닌 것이다.

조선시대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도 여러 번 과거에 실패해 낙심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학문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더 큰 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다. 수능성적이 조금 잘 나와 이름있는 대학에 합격했다고 기고만장할 일도 아닌 것이고, 대학입시에 실패했다고 해서 기가 죽어 열등감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가 있고 나름대로의 적성과 특성이 존재하므로 그 것을 잘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어느 학교의 입학 점수가 높고 낮음이나, 대학이나 전문대를 비교하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험생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1년간 수험생의 부모로서 똑같은 수험생 생활을 했을 것이니 이제 모두가 승리자일 뿐이다. 대학입시는 인생의 한 과정,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니며 미래를 설계할 준비과정에 불과하다. 재수를 한다 하더라도 인생의 황금시기인 1년을 더 투자해서 본인이 생각한 바대로 꿈을 이룰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수험생의 기간동안 후회스런 생활을 했다면 죽을 각오로 만회한다는 자세를 가지면 되는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인생의 또 다른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속담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쪼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청소년기에 원대한 꿈을 품고 부지런하게 매사에 임한다면 마라톤에 견줄 만큼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설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후회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보면 인생이란 후회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처해진 현실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미래를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열번째 성공을 거두기 위해 자신을 버리지 않고 아홉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하는 사람이 인생에 있어 최종적인 승리자임을 명심할 때다.

/이 준 구(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