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한 김문수 경기지사, 이규택 의원 등 경기도내 한나라당 의원들이 하이닉스 홍보관에서 반도체 생산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영호기자·hanyh@kyeongin.com
이천공장 증설 불허로 공황 상태에 빠진 하이닉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무거운 입을 뗐다. 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에 따른 심적 부담을 토로함으로써 그동안의 맘고생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속내를 들어보겠다고 이천 공장을 방문한 한나라당 의원들 앞에서였다.

5일 한나라당 의원 12명이 이천 하이닉스 공장을 찾았다. 이천 공장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하이닉스 관계자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하이닉스측은 차명진 의원의 구리 배출의 인체 유해를 묻는 질문에 "구리 배출 문제는 기술적으로 이미 무해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생태계의 무해한 수준으로 처리해 배출시킬 수 있는 상태"라고 자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주공장 증설과 관련해 "청주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소요 예산도 6천900억원 이상 더 소요될 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에도 3년 이상 더 걸려 기업 경쟁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주공장 증설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어 하이닉스측은 "구리배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천공장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중국 등 해외 이전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이닉스가 이천과 청주를 놓고 공장 증설 부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책적 판단이 아닌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마친 방문단은 하이닉스측의 확고한 의지를 전해듣고 본부 홍보관과 제2 폐수처리시설을 둘러본뒤 발길을 돌렸다.

방문단은 정부의 반대로 이천공장 증설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하이닉스측이 청주행에 포커스를 맞출 경우 그동안의 투쟁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향후 전략에 있어서도 상당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문단은 이날 하이닉스의 입장을 전해들은뒤 새로운 결의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하이닉스 면담과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격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선 7일 국회에서 열리는 수질환경보전법 개정 공청회에서 정부 결정의 부당성을 적극 폭로하고 규제 완화를 위한 여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