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더 큰 세상으로… 14일 수원시 권선구 탑동 자혜학교 졸업식에서 개교 후 34년 만에 제1호 대학생이 된 김유진(자폐 및 정신지체 3급)군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활짝 웃으며 희망찬 대학생활을 다짐하고 있다. /임열수기자·pplys@kyeongin.com
"서생니…우리르 이러케 훌륭히 가르텨 주져서 감사함다. 앞으로도 우리르 지텨바 주세여…."

졸업생 답사를 읽어내려가는 유진이의 목소리는 당당했지만 그를 지켜보던 외할머니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들었다.

14일 2007학년도 졸업식이 열린 수원시 권선구 탑동 정신지체아동 특수학교인 자혜학교 화정관(강당).

7명의 졸업생 모두가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졸업식 무대에 섰지만 김유진(18·정신지체3급)군은 조금 더 특별했다.

유진이는 1973년 문을 연 뒤 이 학교를 거쳐간 수많은 졸업생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1월 국립한국재활복지대학 컴퓨터 영상디자인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34년 전통의 자혜학교가 배출한 '1호 대학생'이다.

화성시 우정읍 조암리의 집에서 학교까지 40㎞가 넘는 길을 버스 세번을 갈아타면서 어렵게 다녔던 학교생활이었기에 유진이의 기쁨은 남달랐다.

특히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한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아 졸업생 가운데 유일하게 '3년 개근상'을 받는 겹경사를 맞았다.

베이지색 재킷에 감색 면바지를 입은 의젓한 모습으로 식장에 참석한 유진이는 졸업생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비록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정든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진이의 외할머니 허청자(65)씨는 꾹꾹 눌러 참던 눈물을 보였고, 외할아버지 김용환(71)씨는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오는 3월이면 대학 새내기가 되는 유진이. 새로 맞게 될 낯선 생활과 동료들을 생각하면 무섭고 떨리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너무도 많다'는 유진이는 모든 게 설레고 기다려진다고 했다.

조귀영(55·여) 담임교사는 "독서량이 많은데다 세계사와 국사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며 "유진이가 일반 학생들과 실력을 겨루는 일은 만만치 않겠지만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대학에서도 잘하고 싶어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고 있다는 유진이는 "대학 생활이 쉽진 않겠지만 장애 학생들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라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