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준기 경기도기획관리실장과 김철수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은 지난 12일 개성시내 모처에서 평양인근에 벼농사 시범단지 공동조성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경기도가 올해 북한 평양 인근 1만여평(3㏊)에 벼농사 시범농장을 조성키로 하는 등 그동안 중단됐던 도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전면 재개된다.

황준기 도 기획관리실장은 13일 “도 대표단 10명이 12일 북한 개성을 방문, 시내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 평양시 외곽의 시범경지에 '벼농사 시범농장'을 남북 공동으로 경영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는 합의서에서 평양시 외곽의 농업과학원 시범경지(3㏊)에 경기도의 기술과 농자재를 활용, 경기도의 벼품종을 재배하고 북측 농업과학원에서도 인근 시범경지에 북측 벼품종을 재배, 상호 품종 및 기술을 비교하며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따라 도는 이달중 시범농장운영에 필요한 농자재를 북측에 전달하고 다음달초 기술자 3명 정도를 보내 파종할 예정이다. 양측은 올 시범농장사업의 성과가 좋을 경우 황해북도 지역으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도는 올해 시범농장사업에 5억∼7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시범농장 면적을 10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도는 3단계 시범농장사업이 완료되는 오는 2009년에는 북한 서부평야지의 쌀 평균 수확량이 10㏊당 현재 350㎏(추정)에서 450㎏으로 30%가량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의 벼생산성 증대를 위해 황해북도 지역에 농약, 비료 등 영농자재와 경운기·콤바인 등 농기계를 제공키로 했다.

이밖에 지난해 남·북간 경색국면으로 추진이 중단됐던 당면공장도 이달과 내달 잔여물자 전달과 기술자 파견을 통해 6월부터 생산에 들어가기로 합의, 이곳에서 연간 2만여t의 당면을 생산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전달한 치과장비 활용을 위해 적절한 시기에 남측 기술자를 파견하는 한편 여건이 조성되는대로 경기도대표단의 방북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다.

손학규 지사는 지난 1월2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황해북도 지역에 '벼농사 시범농장조성'을 북측에 제안했고 지난달 30일에는 대표단이 개성을 1차 방문했었다.

◇ 道 남북교류·협력 재개 의미

경기도의 조용하고도 끈질긴 노력이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 재개'라는 커다란 성과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30일 황준기 도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이 개성공단을 방문해 장기간 답보상태에 빠진 남북교류사업의 재개 가능성을 타진한데 이어 지난 12일 개성시를 재차 방문해 벼농사 시범사업 추진과 지난해 중단됐던 나머지 사업의 마무리 등 총 5개항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특히 이번에 북한지역에 벼농사 시범농장사업을 공동 조성키로 합의한 것은 이제까지의 단순한 물자지원에서 벗어나 인력과 정보 및 학술연구 교류까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가 처음으로 대북지원에 나선 것은 지난 2002년 6월. 당시 북한 북쪽지역 양강도에 경운기 200대와 축구공 2천2개를 전달했다.

이후 민선3기 들어 지난해 6월 경운기 100대, 콤바인 20대, 치과장비 5세트, 환자수송용버스 20대를 전달했으며 용천역 폭발사고때 구급약품을 지원하는등 등 민간 교류 형식으로 꾸준한 지원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 문제와 북핵문제가 대두되면서 현재까지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되고 있다.

이같은 '냉각기'를 타개하기 위해 손학규 지사는 올해 초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북측에 '벼농사 시범농장 공동 조성'이라는 신선한 제안을 내놓았다.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측으로부터 '관심'을 유도해 낼수 있는 사업인데다 상호 협력아래 남북이 공동으로 식량생산 증대의 가능성을 일궈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일방적인 지원을 받았던 북측의 '자존심'을 다소 살릴수 있는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WFP(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5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600만명이 기아선상에 달하게 되는 분량이다.

이에따라 지난 1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1기 3차회의'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는 “다수확 품종, 선진영농기술 및 새로운 농기계 장비를 적극 도입하겠다”며 심각한 식량난 타개를 위해 적극 나설 방침임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손 지사가 제안한 벼농사시범단지 조성사업을 염두에 둔 북한 정부차원의 계획인지는 분석되지 않고 있으나 내용이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에서 향후 협력사업 전망은 밝을 것이라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번 1만평(3㏊) 규모의 벼농사 시범농장 사업이 성공할 경우 양측은 향후 2009년까지 3단계에 걸쳐 30만평(100㏊)까지 시범농장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