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에서 주민지원기금을 빼돌려 관광성 해외 여행을 다녀온 공무원과 전·현직 시의원, 대학교수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주민지원기금을 편성, 결정, 심의, 의결하는 주민기금 운영위원들이어서 더욱 실망감을 주고 있다. 주민들을 위해 기금을 효율적으로 또는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운영 협의체의 구성원들이 알량한 권한을 이용해 관광성 외유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법의 심판에 앞서 개개인의 양심과 도덕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시 소각장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지원을 위해 폐기물처리비용의 10% 정도를 주민지원기금으로 편성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무원과 전·현직 시의원, 대학교수, 주민대표들로 주민기금 운용위원이라는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해당 주민들의 소득증대사업, 복리증진사업, 육영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가구별 및 공동사업의 형태로 지원토록 지원용도도 제한하고 지원대상, 지원 방법까지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매년 적립액이 늘어나자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기금을 빼내 관광성 해외여행 경비로 썼다고 한다. 그동안 조성된 기금 25억5천만원중 4억2천369만원을 빼내 지난 2002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해외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기금을 소각장 인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심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결정권자들이 스스로 예산을 편성해 해외 외유를 떠난 것이다. 이들의 행동으로 봐서는 기금을 마치 자신들의 쌈짓돈 취급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기금을 마음대로 횡령한 인사들이 사회지도층이란 점에서 주민들을 더욱 분노케 할 것이다.
주민지원기금은 목적을 가지고 편성된 기금이며 수혜자 역시 한정돼 있는 자금이라 할 수 있다. 부천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해 상대적 피해를 보고 있는 시설 인근 주민들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기 때문에 기금의 주인은 기금운영위원들이 아니라 주민들이란 사실이다. 기금을 눈먼 돈쯤으로 보고 있는 운영위원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할 자치단체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수많은 기금들이 수혜자들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을 해봐야 할 시기다.
고양이 앞 생선 꼴 된 주민지원기금
입력 2007-02-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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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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