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은 외국인과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한다. 해외 인사와 만나서도 통역없이 대화하는 몇 안되는 단체장으로 평가된다. 이런 안 시장이 모든 시민이 영어를 쉽게 받아들이고 구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인천 전역을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27일 펼쳐진 '영어도시 선포식'에 앞서 만난 안 시장은 왼쪽 눈이 충혈돼 있었다. 피곤해서 그렇단다.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와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 준비, 경제자유구역 개발, 구도심 재생사업 등으로 바쁜 그는 가끔 눈이 충혈된 모습을 보인다. 이 바쁜 와중에 이번엔 지금까지 누구도 해보지 않은 도시 전체의 영어화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싱가포르나 홍콩에만 가도 영어권 사업가들이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집에 영어사용이 자유로운 현지인을 채용해 집안 일을 맡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집안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파출부와도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도 인건비 단가가 맞지를 않아요. 단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려 하겠습니까."

안 시장이 인천을 영어도시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이유다. 택시·버스 등 대중교통, 호텔, 테마파크 등지의 종사자는 물론 모든 시민이 영어로 말할 줄 아는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국제도시의 진정한 모습이란 얘기다.

특히 안 시장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면서 간판도 외국인이 읽기 쉽게 하고, 주소도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방안까지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요자 중심의 영어도시를 꾸미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품격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곳, 미래도시의 기준이 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제적 명품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엔 성숙한 영어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어도시, 인천 건설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 학부모, 직장인, 공무원 등이 영어로 꿈을 꾸고 영어를 통해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국내외에서도 특화된 영어도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안 시장은 또 외국인이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도시가 되면 이는 국내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5~6년이면 영어도시 구상이 어느 정도 가시화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국 각지의 학부모들이 자식의 영어교육을 위해서라도 서로 인천에 와 살기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안 시장은 진정한 의미의 영어도시는 학교와 가정, 사회가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또 미국 등 유명 기업인이나 정·관계 인사들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이게 상대방이 안 시장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모든 공직자에게서도 보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는 영어 바람을 공직사회부터 일으키길 원하고 있다. 공무원이 나서 문서를 영어로 생산하고, 영어 구사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인사평가에 영어 능력을 반영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우리 인천이 세계 유수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일류 명품도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공용어인 영어가 우리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입니다. 오늘 영어도시 인천 선포식을 계기로 영어의 필요성에 대한 전 시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영어환경의 광범위한 붐을 일으켜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를 조성, 2009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21세기 초일류 도시로 도약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