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마지막날인 2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 회담장에서 이재정 남측수석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권호웅 북측 수석대표가 공동합의문을 교환한뒤 악수하고 있다.
정부는 북측이 적십자채널을 통해 장관급회담에서 요구해 온 비료 30만t을 일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비료'와 '쌀' 지원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면합의' 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기관에서 오는 8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북 비료 일괄 집행=정부는 북한이 요구한 쌀 40만t과 비료 30만t 중 무상지원하는 비료를 일괄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4일 "북측이 비료 30만t 지원을 거론하면서 과거와 달리 봄 비료를 우선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측이 적십자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비료 지원을 요청하면 즉각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지난 2일 "비료는 시기가 있고 이번에는 봄도 빠르기 때문에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해 가급적 빨리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특히 올해 남북협력기금에 비료 무상지원용으로 30만t에 필요한 1천80억원이 편성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2002∼2004년 각 30만t의 비료를 지원했으며 2005∼2006년에는 35만t으로 지원량이 늘었다.

◇한나라당 '이면합의' 공세=대북 지원을 놓고 한나라당은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4일 현안브리핑에서 "이재정 장관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이면합의 의혹을 기정사실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라며 "이 장관은 성직자답게 고해성사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남북장관급회담 후 귀환해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공동보도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쌀 40만t, 비료 30만t 지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가 "합의된 것은 없으며 쌀 40만t, 비료 30만t은 북한이 요청한 양"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면합의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장관이 각각의 정당과 정책협의를 통해 직접 해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8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제기=통일연구원은 4일 '2·13 북핵합의 이후 북한정세와 남북관계 전망'이란 정세분석 보고서에서 "남북 모두가 관계 발전을 통한 실리 추구를 위해 결정적인 관계 발전의 추동력 회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제한 뒤 "참여정부 말기 및 남한의 대선국면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핵 해결과정에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야할 필요성이 있고 북한은 안정적인 대북지원을 위해 상징적 계기가 필요하다"며 "장관급 회담, 특사교환, 정상회담 수순이 조심스럽게 전망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어 "시기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장관급 회담 등 당국회담 활성화, 6·15 시점을 전후한 특사교환, 8·15시기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어려울 경우 남북 총리회담이 예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장관급회담 성과=지난 2일 마무리 된 남북장관급회담에선 식량차관 등을 논의할 제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4월 18∼21일 평양에서 열기로 했고, 제8차 적십자회담을 같은 달 10∼12일 금강산에서 열어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 상호 관심사항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군사적 보장조치가 이뤄지는데 따라'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상반기 내에 하기로 합의했다.

또 제5차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제15차 이산가족(대면) 상봉행사를 5월 초 금강산에서 가지기로 합의했고,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을 이른 시일 내에 추진키 위해 적십자단체 실무접촉을 오는 9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했다. 이 밖에 6·15 및 8·15를 계기로 평양과 남측 지역에서 진행될 민족대축전에 적극 참가키로 했고, 개성공단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