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국가산업단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집적지로 꼽히며 한국 경제는 물론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월산단이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침체와 환율 하락, 원자재값 상승 등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고질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인하 요구도 여전하다. 모든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반월산단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 강도가 더욱 높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 한국경제와 지역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던 안산 반월산단을 높아진 시설비용 등으로 입주 기업들이 떠나고 있다. 빈공장의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들을 산단 곳곳에서 볼 수가 있다. /한영호기자·hanyh@kyeongin.com  
 
◇ 영세 중소기업들의 집적지, 반월산단

당초 반월산단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3D기업, 공해 배출 업체 등 이른바 굴뚝형 중소기업들을 한곳에 수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지난 77년부터 87년까지 10년간 465만평 규모로 만들어졌으며 안산이 배후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굴뚝형 기업들을 한곳에 집적시킬 목적으로 조성하다보니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이 많이 들어섰다.

실제 2007년 1월말 현재 입주기업(2천859개사)중 절반 가량인 1천265개사는 남의 공장을 빌려쓰는 영세한 임차업체다.

규모로 따지면 가동중인 기업(2천414개사)을 기준으로, 종업원이 20인 이하인 소기업이 2천9개사로 대다수인 83%를 차지한다. 중기업은 377개사(16%), 300인 이상 대기업은 28개사(1%)에 불과하다.

단지내 업체들이 얼마나 활성화돼 운영되는지를 나타내는 단지 가동률은 80%로 전국 산단 평균인 84%를 밑돌고 있다.

◇하청업체가 대다수, 경쟁력 낮다
반월산단 기업들 대다수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OEM(주문자생산방식) 또는 하청 위주의 생산 체제를 취하고 있다. 업종도 자동차부품, 기계, 전기·전자 등이 많지만 워낙 영세한 기업이 많다보니 다양한 중소부품 업종이 혼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대부분은 경쟁력이 취약하고 조그마한 대내외적 악재도 크게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대기업의 조그만 소용돌이가 단지내 하청업체들에게는 태풍이 된다.

실제 지난 연말 현대자동차 노사 갈등으로 자동차 업종이 수출 차질을 빚으면서 반월산단의 지난 1월 수출 실적이 전월대비 0.4%의 감소세를 보였다. 과거에는 노동집약적인 섬유, 피혁 등의 제품이 경쟁에서 밀렸으나 최근에는 전자, 철강 등 첨단IT와 기타 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비용 부담 커지는 산업단지내 기업들
현재 반월산단의 부지 시세는 350만~400만원대 정도로, 매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업주나 사업을 확장하려는 사업주들에게는 이 비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공장 거래를 전문으로하는 H부동산 관계자는 "예전 한 기업은 사세를 확장하려다 높아진 비용 부담때문에 제2공장을 충청도에 설립한 예가 있다"며 "아예 모두 내려간 기업들도 수십개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은 높아진 시설 비용에 비해 도로 및 주차장 등 기반시설, 각종 근로자 문화복지시설 등도 노후하고 미흡한 실정이다.

80년대 조성 당시 별도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아 공용주차 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단지 조성시 설치된 가로등도 설치 시기가 15년 이상 경과돼 불량한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이에 대해 관할 지자체도 공감을 하고는 있지만 엄두는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산시 송영건 부시장은 "반월산단은 몸은 커진 어른이지만 외형적으론 아직 아이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자체가 나서 적극 지원하고 싶지만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들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일까.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망한 반월산단의 올해 경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반월산단은 각종 부정적인 요인에 기인해 지난해에 비해 상승세가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은 4.4%, 수출은 8.0%, 고용은 0.8% 증가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