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반월국가산업단지가 인근 시민들로부터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한때 반월산단이 환경오염과 각종 공해배출지로 지적되며 논란거리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환경규제 강화와 자정노력 등으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각인된 부정적 인식이 쉽사리 바뀔 리 없다.
반월산단 주변에 위치한 신길동 I아파트 24평형의 경우 1억8천만원대, 33평형은 2억5천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S아파트는 44평형이 2억9천만원대에 매매되고 있다. 10년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모(53)씨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가격이 올랐지만 타지역과 비교하면 거의 정체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난해 전국이 부동산으로 들썩일 때에도 이 지역은 매매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반월산단에서 가까운 원곡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곡동 B아파트 29평이 1억9천만원, 32평 2억5천만원, K아파트 33평형은 2억6천만원선으로 아파트값이 평당 500만~7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안양과 군포지역 아파트값이 평균 평당 1천만원대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원곡동 K부동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곳이 반월산단과 가까워 공기, 악취 등 환경적인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고정관념일 뿐"이라며 "대부분 입주민들이 환경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안산시측이 '산단 악취관리 종합대책'을 성실히 진행한 결과, 이 지역 악취민원은 2004년 964건이던 것이, 2005년 746건, 지난해에는 409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그럼에도 반월산단은 여전히 재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도시속에 고립된 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 30년이 지나도록 재정비사업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노후된 기반체계 및 시설 등을 들 수 있다. 교통상으로도 소외돼 있다. 현재 반월산단에는 14대의 시내일반 및 좌석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배차간격이 10~30분 인데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기업들의 불만이 높다. 일부 버스업체들은 적자가 반복되자 노선을 폐지하거나 폐지를 고려중이다.
특히 주변도시의 확장, 반월·시화단지 이용차량의 증가로 교통난은 가중되는 실정이지만 워낙 도로 건설에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지자체도 어려움만 호소할뿐 뚜렷한 추진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주차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면도로는 물론 주 도로까지 2, 3열 주차가 만연해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자재나 생산품을 운반하는 화물차량의 물류흐름을 저해하고 있다. 이는 곧 반월산단을 찾는 바이어를 비롯 방문객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의 우수인력 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게 산단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PCB(인쇄회로기판)업체로 제2공장 건립을 준비중인 중견 N사 대표는 "최근 조성되는 산업단지는 입주기업은 물론 주변 시민들과도 호흡할 수 있도록 각종 기반시설 및 문화시설을 갖춰나가고 있는데 반월산단은 변화의 시도가 없이 오히려 지역민과 고립만 거듭하게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여기서 공장을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떠나야지 하는 맘만 갖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영하듯 반월산단내 기업이 지방 이전을 공식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안산에 치즈공장 설비부문을 갖고 있는 서울우유는 지난 7일 경남 거창군에서 치즈공장 증설 준공식을 개최한 바 있으며 올해말까지 509명이 일하고 있는 안산 치즈공장 설비부문을 거창군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한성기업도 4월말부터 안산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신 김해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탈(脫)반월산단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마저 애물단지 취급하고 있는 반월산단이 앞으로도 예전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눈여겨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