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이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며 특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이 그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상 관리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도내 기업들이 겪는 특허관련 고충과 현황, 발전방향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잘나가던 보안업체 A사는 최근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A사는 지난 2005년 보안관련 신기술을 개발해 특허권을 획득했었다. 그러나 이후 특허권 관리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전담인력도 없었고, 매년 내야하는 일종의 특허세금인 관납료도 부담스러워 납입을 미뤄왔고 결국 특허권이 취소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인 B사가 A사 특허와 거의 유사한 기술을 특허신청해 특허권을 획득했다. 특허관리 소홀로 인해 A사는 최악의 경우 자사의 기술을 B사에 로열티를 주고 이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A사처럼 도내 중소 및 벤처기업들이 특허등록에만 심혈을 기울인 나머지 정작 자사가 공들여 개발한 특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최근들어 잇따르고 있다. 자금력이나 조직규모에서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전담인력도 없고, 특허 활용 전략도 부실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도내 유망중소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벤처기업 R사는 특허 전담인력이 없어 민간 특허사무소에 많은 비용을 주고 특허관리를 의뢰했다 낭패를 봤다. 지난해 특허권을 획득했지만 특허사무소측의 말만 믿고 특허범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담인력이 없다보니 특허명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 결국 R사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면서 그동안 밤낮없이 연구해 얻은 결과물이 모두 물거품이 돼 버렸다.

유나이티드 특허법률사무소 이동기 변리사는 "사실 특허는 획득한 이후가 더 중요한데도 많은 중소기업들은 특허권을 따는 데만 집중하고 포스트(차후) 특허관리는 소홀한 면이 있다"며 "특허도 기업의 재산인 만큼 전략을 세우고 관리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여력이 부족하다보니 특허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공을 당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H사의 경우, 특허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난해말 현재 45개사에서 130여개의 유사제품이 출시돼 선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수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상공회의소 오병민 과장은 "지난해말 특허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소재 418개 제조사를 대상으로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21%가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으로 경제적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며 "특허는 기업을 유지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관련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 존폐위기에까지 놓이게 돼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