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3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범여권 제정파가 민주당 지도부 탄생 시나리오에 따른 주판알을 튕기며 본격적인 통합대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범여권 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이 그동안 내부 당권경쟁으로 열린우리당, 탈당그룹 등 통합 파트너들과의 논의를 잠시 접었으나, 새로운 '리더십'을 정비하고 나면 범여권 각 정파도 통합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민주당 대표경선 레이스는 현재 박상천 전 대표가 앞서고 있는 가운데 장상 전 대표 등 후발주자들이 막판 역전을 노리는 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경륜과 정치력을 앞세워 향후 통합국면에서 민주당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 대의원들의 바닥 표심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장 전 대표는 김효석 이낙연 신중식 이상열 의원 등 원내 의원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막판 역전극을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다.

이처럼 민주당의 막판 당권경쟁이 '박상천 굳히기' 대 '장상 추격전'의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우리당 탈당그룹은 벌써 '4·3 전대 이후'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지난달 28일 광주 방문시 "민주당이 전대를 치르고 나면 민주당과 아주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고 밀도있게 통합문제를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 이미 민주당 의원들에게 통합교섭단체를 제안한 바 있는 통합신당추진모임 일부 인사들은 '민주당 중심론자'로 알려진 박 전 대표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등 누구와도 대화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통합의 밑그림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을 기반으로 한 중도정당 건설론을 내건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통합주도권 경쟁이 오히려 심화되는 반면 '장상 체제'가 들어서면 범여권 통합에 적극적인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통합논의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상체제'가 들어설 경우 민주당 의원들이 통합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많고 이들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참여하는 제3지대 중도통합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우리당 또는 통합신당모임과의 대화는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4·3 전대에 따른 당지도부 선출은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지던 범여권의 대통합 행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것으로 보인다.